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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新부동산]“9000만원에 집 샀어요”…예비 신혼부부 수도권집 장만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아름답게 써 주세요. 하하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애써 무덤덤한 척 했지만, 마지막 이 말 한마디에 기자의 마음이 울컥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신혼부부의 당차고 소신 있는 내 집 마련기가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웠다. 아름답게 안써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굳이 사족을 다는 아름다운 예비 신부의 천진함이 더 큰 여운으로 남았다.
경춘선 천마산역 일대 전경.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H(31ㆍ여) 씨. H 씨는 약 2년쯤 교제해 오던 남자 친구와 지난 1월 결혼 날짜를 잡았다.

양가 인사를 한 3월부터 신혼집과 예식장 물색에 나섰다. 신혼집의 범위는 H 씨의 거주지 인근인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선 천마산역 역세권 일대로 한정했다.

틈만 나면 동네 공인중개업소에 들러 좋은 매물을 찾았다. 지금의 신혼집을 만나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렸다. 전용면적 약 70㎡ 규모의 오래된 빌라였다. 넓은 거실에 방 2개, 욕실 1개가 있는 이 집의 매입가는 9000만원. 집은 낡았지만 전철역까지 도보 3분 거리여서 서울 출퇴근이 쉬워 보여 최종 낙점했다. 인테리어는 적은 비용을 들여 예비 신랑과 직접 하기로 했다.

집 장만 비용은 양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예비 남편과 H 씨가 모은 돈만으로 100% 충당했다.
경춘선 등으로 수도권 전철이 확장되면서 수도권의 지평도 넓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싼 전세 매물을 찾았다. 이 빌라의 현 전세 시세는 8500만원인데 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매입으로 돌아섰다. H 씨는 “나중에 아기를 낳고 하면 더 큰 집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그때는 매입가 수준에서 전세를 놓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내집 마련에 진력하느라 남들이 필수로 여기는 스튜디오 촬영이나 예단, 예물 등은 생략했다.

H 씨는 “집 장만만 해도 쉽지 않았는데 예단과 예물까지 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며 “양가 부모님이 모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너네가 알아서 하라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결혼식 역시 단촐하게 열 계획이다. 휴일날 결혼식장으로 제공되는 서울 강동구의 한 학교 급식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드레스와 메이크업 비용을 내면 대관료는 따로 없고 식대는 1인당 3만원대다. 그녀는 “원래 제가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었어요”라고 웃었다.

H 씨는 요즘 예비 신랑과 매번 바쁜 주말을 보낸다. 매입한 오래된 빌라의 인테리어 작업을 주말마다 직접 하고 있다. 욕실 욕조와 주방 싱크대 교체 비용 등 총 예산이 400만원을 넘지 않는다.

H 씨와 예비 신랑은 모두 광화문과 왕십리 등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한다. 편도에만 넉넉잡아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H 씨는 경춘선 전철로, 남편은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계획이다.

H 씨는 “9시까지 광화문으로 출근하려면 7시40분대 서울행 경춘선을 타면 된다”며 “오랫동안 이렇게 생활해와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녀는 미래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요즘 수도권에서 신혼집을 장만하려면 전셋값만 해도 수억원 수준인데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에서 저렴한 금액으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다”며 “셀프로 인테리어도 하고 전등도 갈고 해보니 소소한 재미도 있는 것 같더라”며 웃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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