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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분의 침묵, 정의화 의장의 외침만 “투표하세요”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투표를 시작한 지 55분. 정의화 국회의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상식적으로 판단하건대 더는 기다려도 과반수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야당 의원이 소리를 질렀지만 결국 국회법개정안 재의는 무산됐다.

6일 오후 3시 42분께. 국회법개정안 투표가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투표에는 불참하되 참석 여부는 자율 의사에 맡긴다는 당론을 정했다. 김무성 당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 새누리당 의원 다수는 본회의장을 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당론대로 투표는 참여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김 당 대표, 유 원내대표 등과 악수하며 화답을 하는 장면도 카메라에 잡혔다. 예상과 달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본회의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무거운 침묵만 이어졌다. 간간히 야당 의원들의 고성만 들렸다. 정 의장은 계속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투표 개시 15분 뒤, 정 의장이 입을 열었다. 정 의장은 “15분이 지났지만 77명밖에 투표를 안 하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의원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투표 참여 수는 늘어났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재차 정 의장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투표를 독려했다. 본회의장에 새누리당 의원이 남아 있는 탓에 정 의장은 본회의장을 나갈 수도, 종료할 수도 없었다. 유일한 방도는 연이어 투표 독려를 요청할 뿐이었다.

투표 경과 50분이 지나면서 본회의장은 고성이 오갔다. 야당 의원들은 준비한 ‘투표’란 팻말을 들고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투표하세요”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4시 35분께. 정 의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야당의 요청을 존중해 투표 시간을 지연했지만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말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55분간 투표 시간을 드렸지만 128명에 그쳐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판단하건대 더는 기다려도 과반수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야당 의원들이 소리를 치자 정 의장은 “더이상 가봐야…”라고 제지했다.

정 의장은 곧이어 “의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미달하기 때문에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선포했다. 투표 시작한 지 55분 만이다.

선포 직후에도 야당 의원은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은 “제가 충분히 시간을 드렸다”며 “정회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국회법개정안은 이에 따라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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