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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예선 기자의 Car톡!>도요타 '심장' 모토마치 공장 견문록

 [헤럴드경제(도요타)=천예선 기자]‘현지현물(現地現物)’ ‘저스트인타임(Just in Time)’ ‘자동화(自人+動化)’.

세계 1위 자동차업체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방식을 상징하는 문구다.

‘현지현물’은 직접 현장에 가서 자신의 눈으로 현물을 보고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고, ‘저스트인타임’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생산한다는 의미다. 자동화는 기계 자동화가 아닌 인간 ‘스스로 움직이라’는 뜻이다.

지난 1일 일본 중부 아이치현 나고야 시에서 버스로 1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도요타(豊田) 시. 도요타 기술제일의 ‘산실’ 모토마치 공장에는 이같은 경영철학이 집대성돼 있었다.

도요타자동차 모토마치 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가 생산되는 모습. 기자가 둘러본 조립라인은 사진촬영은 물론 핸드폰, 녹음기도 소지하지 못하게 하는 등 보안을 철저히 했다. [사진=한국토요타 제공]

도시 이름까지 ‘도요타’로 개칭=도요타 시의 원래 이름은 고로모 시였지만 1959년 도요타자동차 이름을 따 도요타로 개칭했다. 1959년은 모토마치 공장이 설립된 해다.

모토마치 공장은 도요타자동차의 일본 내 16개 공장 중 ‘머더플랜트(母공장)’ 역할을 하는 핵심공장이다. 중국, 러시아, 호주 등 11개 생산거점 리더들이 모토마치 공장에 와 도요타 생산기술을 배우고 모국에 돌아가 현지 근로자에 전파한다. 도요타가 새로 개발한 생산 플랫폼 공용화 기술인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도 지난 1월부터 가동됐다.

올해로 56년째를 맞은 모토마치 공장에서는 도요타의 미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일본어로 미래라는 뜻)’와 렉서스 GS를 비롯해 크라운, 마크X, 에스티마가 생산된다.

공장으로 들어서자 모자를 눌러쓴 직원들이 부지런히 부품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2인 1조 작업자들이 한 라인에 3개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며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도요타 관계자는 “4개 차종까지 혼류 생산한다”며 “모델별 라인이 아닌 혼류생산을 하면서 생산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모토마치 공장 부지는 160㎡로 야구장 도쿄돔의 35배 규모다. 하루 340대씩 연간 9만대(2014년 기준)를 생산한다. 종업원은 4000명으로 주간 2교대로 돌아간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량 리콜사태, 동일본대지진이라는 3각 파고 속에 주간 1교대를 간신히 유지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원상복귀됐다. 도요타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1023만대를 팔아 2조7505억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미라이는 컨베이어벨트 등 자동화 공정 없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하루 단 3대만 생산된다. [사진=한국토요타 제공]

▶‘품질’ 위해 라인을 세운다
=조립라인에는 ‘불량제로’를 위한 도요타의 고민이 곳곳에 베어 있었다. 단순히 ‘좋은 상품, 좋은 생각(よい品, よい考)’라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이중삼중으로 점검하는 구체적인 장치가 돋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히모(끈) 스위치’. 라인을 따라 이어져있는 흰색 빨랫줄 같은 끈은 조립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잡아당겨 리더에게 알릴 수 있게 했다. 한번 잡아당기면 ‘안돈’이라고 하는 게시판에 주황색 불이 들어오고 리더가 달려가 문제를 해결한다. 이때 라인은 멈추지 않지만 리더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적색불’이 켜지면서 라인이 올스톱된다. 현장 관리자보다 노조 대의원이 더 많이 라인을 세우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히모스위치 옆에는 160초부터 카운트다운 되는 숫자 전광판이 있었다. 끈을 스스로 당길 수 있는 작업자의 용기 뿐만 아니라 작업시간을 수시로 체크해 시간이 길어지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끈을 당기지 않아도 알 수 있게 한 일종의 이중 점검장치다.
모토마치 공장 직원들은 작업에 상관없이 모두 TOYOTA가 새겨진 모자를 착용한다. [사진=한국토요타 제공]
감성품질까지 챙기는 ‘모노츠쿠리’=엔진 조립라인으로 이동하니 ‘포카요케’라는 작업실수방지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새끼손톱만한 전구가 작업자의 눈높이에서 녹색-노랑-적색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모토마치 공장의 곤도 히로코 씨는 “작업원이 나사를 지나치게 느슨하거나 빡빡하게 조이면 조임공구와 연결된 센서가 노랑과 적색으로 바뀌어 경고를 준다”며 “적색불이 일정시간 지속되면 라인은 자동으로 멈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엔진 변속기를 고정시키는 복수의 볼트 중 하나라도 느슨하게 조여지면 ‘덜덜’거리는 잡소리를 내게 된다. 고객들이 공업사에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심각한 고장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 뜯어보지 않는 한 개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각한 불량보다 ‘감성품질’ 부문에서 고객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도요타는 이같은 볼트 체결(조임) 불량으로 인한 떨림 소음을 ‘포카요케’를 둬 시스템적으로 원천 봉쇄했다. 단순 공정조립에서도 ‘감성품질’을 챙기는 도요타의 ‘모노츠쿠리(장인정신)’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잔고장이 없고 ‘정숙주행’의 대명사가 된 도요타의 저력이 새삼 느껴졌다. 


1500개 검사 ‘불량 제로’=이렇게 넘어온 차량은 마지막으로 검사단계를 거친다. 외관, 운전대, 타이어, 주행기능, 브레이크 등 1500개 항목을 체크한다.

중간중간 검증 시스템이 많기 때문에 모토마치 공장 택트타임(tact timeㆍ맨 마지막 공정에서 제품 한 대가 생산되는 시간)은 140초로 다른 글로벌 차메이커보다 긴 편이다.

곤도 씨는 “검사를 마친 차량이 불량으로 판명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작업원이 자신의 공정에서 나온 불량은 후공정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책임있는 ‘자동화’ 덕택”이라고 강조했다.

공장 곳곳에서 일본 특유의 섬세함도 묻어났다. 부품 납품 상자 위에는 회사 이름과 내역을 표시한 ‘간반’이라는 용지가 붙어 있었다. 부품이 들어오면 간반을 떼서 따로 모아 사용된 부품과 필요한 부품을 쉽게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이같은 간반 시스템은 도요타가 가장 먼저 도입한 것으로 다른 차메이커에도 영향을 줬다.

뿐만 아니라 공장 안팎 직원들은 모두 모자를 쓰고 있었다. 부품을 나르고 조립을 할 때도, 공장 밖 길을 걸어다닐 때도 모두 모자를 착용했다. 용도에 따라 딱딱한 안전모이거나 야구모자 같은 직물모자로 종류가 다를 뿐이었다.

공장 실내 바닥은 흰색, 노랑색, 녹색 등 동선을 따라 부품 운반차가 질서있게 이동했다. 공장 관계자는 “공장 사고는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곳에서 많이 발생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가능한 깔끔하게 유지하고, 어린이 그림 등을 걸어 공장을 밝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도요타, 토요타, 도요다? 도요타산업기술기념관에 전시된 창업주 도요다 키이치로 영어표기(위), 최초 모델 이름은 '도요다자동차 AA형'이라고 쓰여있다. [사진=(나고야) 천예선 기자]

☞도요타, 토요타, 도요다? 
도요타자동차 표기가 달라 혼돈을 주고 있다. 일본어로는 토요타(豊田, とよた)이고, 영어로는 TOYOTA이지만, 한국어 외래어 표기법상 일본어 어두의 ‘と’는 ‘도’로 읽게 돼 있어 한국에서 토요타는 도요타로 표기된다. 도요타자동차의 한국법인인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언론사에 ‘豊田’의 표기를 ‘토요타’로 해줄것을 요청했지만 일부 언론사들은 외래어 표기법에 맞춰 도요타로 쓰고 있다.
한편, 도요타 혹은 토요타도 아닌 도요다라는 표기도 있다. 이는 일본어 ‘豊田’가 인명으로 쓰일 때 토요다(とよだ)로 읽기 때문이다. 한국어 외래어 표기 때문에 어두 ‘토(と)’가 ‘도’가 됐지만, 어미의 ‘다’는 도요타자동차의 창업주 도요다 키이치로의 성(姓)에서 유래했다. 창업가문 성은 도요다이지만 사명이 도요타가 된 것은 창업주 키이치로가 사명을 일부러 바꿨기 때문이다. 기이치로는 とよだ가 완성을 뜻하는 10획이기 때문에 향후 진보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8획인 ‘とよた’로 사명을 바꿨다. 또 도요타가 ‘가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외국인도 토요타로 발음하기 편하게 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도요타로 사명이 바뀌기 전 초기 모델 엠블럼에는 ‘TOYODA’로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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