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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조선인 ’강제노역’ 인정…‘해석’에는 이견
-‘강제노역’ 해석 둘러싸고 한일간 미묘한 갈등
-법적인 책임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배상 재판과는 별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메이지 산업시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가운데 ‘강제노역’(forced to work)라는 표현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이 자국 국민에게 내놓은 해석을 둘러싸고 미묘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독일 본 월드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일본이 신청한 23개 근대산업시설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를 최종 결정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날 등재된 23개 시설 중 7개소는 대일항쟁기 조선인 5만7900명의 강제노동이 이뤄진 곳이다. 한국과 일본은 등재과정에서 강제노동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의 반영을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막판에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한ㆍ일은 합의문에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주석과 연계해 표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조선인의 강제노역은 일본 정부 대표단의 발언록과 주석(註釋, footnote)이라는 2단계를 거쳐 등재 결정문(Decision)에 반영됐다.

일본이 당초 관련 시설의 등재시기를 1850년에서 1910년으로 설정, 1940년대 자행된 강제노동을 외면하려 했지만 역사적 사실이 반영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요구가 관철됐다. 해당 시설에 대해 인포메이션 센터 등을 설치해 희생자들을 기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일본의 약속도 받아냈다. WHC는 일본의 이런 후속조치 이행을 점검하는 메커니즘도 마련했다. 일본은 2017년 12월까지 WHC에 후속조치에 대한 경과보고서를 제출하고 2018년 제42차 WHC회의에서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역사적 사실이 있는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과 입장이 관철됐다”면서도 “일본은 이번에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한 것이지 법적 책임까지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된 직후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일본 언론이 6일 보도했다.

그는 한국은 ‘강제노동’(forced labour)이라는 명확한 표현을 쓰고자 했지만 ‘강제로 노역했다’(forced to work)는 표현으로 절충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일어판 번역문에서 ‘forced to work’를 ‘강제노역’이 아니라 수동형의 ‘일하게 됐다’라는 문구로 번역했다.

한편 같은 날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은 “강제노동(forced labor)의 사용을 둘러싼 전체적 사실과 관련해 일본의 충분한 설명(account)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영경 기자/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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