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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성비 오덕] 애플을 위한 헤드폰, 피델리오 M2L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피델리오 M2L’은 3.5㎜ 오디오 케이블이 아닌 애플 ‘라이트닝 커넥터’를 채용한 헤드폰입니다. 지난해 가을 공개된 이후 애플 사용자들의 큰 관심을 받아온 제품이죠. 애플의 공식 인증 프로그램 MFi(Made For iPod-iPhone-iPad)로 출시가 지연됐지만, 실제 사용을 해보니 기다림의 아쉬움을 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외관은 간결하고 세련된 ‘피델리오 온이어’의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블랙이 주는 무게감과 폭신한 헤드밴드, 역동적인 유닛 디자인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집니다. 피델리오(Fidelio)라는 제품명은 진회색 계열로 인쇄돼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며, 가죽 소재로 마감된 헤드밴드는 땀이 차거나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합니다. 
피델리오 M2L의 가격은 33만9000원. DACㆍ앰프까지 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어패드는 독특합니다. 귀를 감싸는 것이 아닌 압박하는 형태로, 불편할 것 같은 첫인상의 편견을 가볍게 떨어냅니다. 장시간 착용해도 귀에 통증은 느껴지지 않고 귀를 살짝 덮는 느낌이죠. 내부엔 좌·우측을 구분하는 RㆍL 문자가 인쇄됐습니다.
 
이어폰 단자가 아닌 라이트닝 케이블을 채용한, 애플을 위한 헤드폰입니다.

하우징은 180도로 회전됩니다. 부피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 목에 걸치고 다니거나 가방에 수납하기 편합니다. 착용 시에도 걸리적거리지 않습니다. 하우징과 헤드밴드의 강성도 만족스럽습니다. 비교적 단단해 어지간한 외부 충격에도 끄떡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닛 외부에 있는 조그 다이얼과 버튼은 디자인과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줍니다. 모르고 사용하는 사용자가 있을지도….

하우징 밖 오른쪽 유닛엔 특유의 조작체계인 ‘이어쉘 컨트롤’이 탑재됐습니다. 조그 다이얼과 버튼이 통합된 형태인데요. 뜻밖에 조작감이 명확하고 직관적입니다. 재생과 멈춤, 볼륨 등 애플 기기와 완벽하게 동기화됩니다. 안드로이드의 별도 볼륨 체계가 아닌 하드웨어 간 볼륨이 같이 움직이므로 헷갈리지 않습니다. 유닛 전체를 차지하는 큼직한 버튼은 기존 제품과 같은 방식으로 두 번 클릭하면 다음 곡, 세 번 클릭하면 이전 곡이 재생됩니다.
 
헤드밴드 길이를 조절하는 넥 부분엔 눈금과 숫자가 표시돼 있습니다.

케이블 길이(약 1.2m)에 대한 불편함은 없지만, 마이크가 내장되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예컨대 아이폰으로 전화가 오면 유닛 버튼으로 통화를 선택할 수 있는데, 마이크가 없어 아이폰 하단에 대고 말을 해야 합니다. 소리는 이어폰으로 나오지만, 아이폰을 들어 입을 가까이해야 하므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케이블로 이어지는 결합 부분도 견고한 편. 케이블도 두꺼워 단선 우려가 적죠.

케이블에서 단자로 이어지는 완성도는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케이블 자체가 두껍게 설계돼 단선의 가능성을 낮췄습니다. 파스타 면의 종류인 펜네(Panne rigate)를 연상시키는 얇은 선은 꼬임을 방지합니다. 휴대를 위해 줄을 감으면 케이블이 아닌 얇은 밧줄을 만지는 것처럼 묵직합니다. 케이블에서 이어지는 라이트닝 커넥터는 애플 정품 충전 단자보다 튼튼하게 설계됐습니다. 두툼한 단자 부위는 기존 오디오 단자를 채용한 헤드폰 제품보다 믿음직스럽습니다. 

라이트닝 케이블 단자 부분 확대 이미지. 애플 정품 충전ㆍ싱크 케이블보다 튼튼합니다.

사실 단자를 제외하면 M2L은 일반 헤드폰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단자가 일반 헤드폰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할 수 있죠. 잡음 제거는 물론 음원 손실까지 막아 원음 그대로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죠. 스마트폰에 내장된 음원의 경우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해 음향장치로 전송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칩니다. 스마트폰은 자체적으로 DAC(Digital Analog Converter) 부품을 내장하고 있는데, 고가의 제품보다는 음질 재생에서 하위에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가죽 소재를 채용한 헤드밴드의 한 쪽엔 피델리오 브랜드명이 간결하게 새겨져 있죠.

따라서 변환 과정에서 오는 음원 손실에 민감한 마니아들은 DAC(Digital Analog Converter)를 따로 구매하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와 애플 모두 이어폰 단자가 아닌 커넥터 단자를 이용한 데이터 전송 방식이 대부분이죠. 해상력의 차이는 유닛의 설계와 크기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음원을 유닛에 어떻게 전달하느냐도 주요한 이유가 됩니다. 다시 말하면 이어폰 단자보다 라이트닝 케이블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 손실이 적다고 볼 수 있죠. 

유닛 내부에 있는 LㆍR 표시. 디자인을 해치지 않은 간결한 디자인 철학이 엿보입니다.

커넥터에 연결하는 피델리오 M2L은 일단 음원 전송 면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24bit DAC 외에도 음향을 증폭하는 앰프까지 품고 있으니 가성비를 논한다면 엄지를 들 수밖에 없습니다. 별도의 DAC를 구매하게 되면 비용 부담 외에도 매번 전원ㆍ음원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도 불가피하니까요. 풀HD TV에서 SD 해상도의 영상을 즐기면 의미가 없듯, M2L을 즐기려면 무손실 음원을 재생해야 귀를 제대로 호강시킬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 스트리밍보다 별도의 iOS 앱을 설치해 직접 추출한 음원을 감상하는 것이 제품의 성능을 100% 발휘하는 데 이롭습니다.

재생ㆍ멈춤ㆍ다음곡ㆍ이전곡 등을 제어하는 버튼은 유닛 전체를 뒤덮고 있습니다. 잘못 누를 일이 없다는 의미죠.

청취 평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굉장히 섬세하고 풍부하다는 결론으로 모입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들에 의한 브랜드 헤드폰들이 디자인된 이퀄라이징 사운드를 낸다면 M2L은 무손실에 가까운, 정확한 재현력에 집중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가의 음향장비에서 이퀄라이징 없이 듣는 소리에 가깝죠.
 
실제 착용 이미지. 유닛이 귀를 감싸는 형태가 아닌 위에 얹히는 스타일. 여성이 착용해도 적당한 크기입니다.

저음은 소리가 퍼지거나 중음과 고음을 감싸기보다 ‘때리는’ 스타일입니다. 높은 자기 강도의 정밀 네오디뮴(neodymium) 드라이버 덕분에 타격감이 쫄깃합니다. 메탈, 모던록, 힙합, 테크노 등 비트가 강한 장르를 감상한다면 뒤를 강타하면서 중음과 고음이 공격적으로 귀를 공략하는 성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반면 클래식이나 재즈의 장르를 재생하면 굉장히 섬세하게 변합니다. 운지를 옮기는 섬세한 손끝의 소리까지 느껴질 정도로 미세하게 표현합니다.
 
애플 전용 제품이란 타이틀은 최근 서비스를 개시한 애플 뮤직과도 잘 어울립니다.

정확한 소리는 추세에 상관없는 클래식 모델로 남을 가능성이 크지만, 취향에 따른 호불호는 있어 보입니다. 예컨대 브랜드 제품들의 디자인된 사운드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다소 밋밋한 사운드에 실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퀄라이저를 만지지 않은, 즉 프로듀서가 의도한 그대로의 소리를 듣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제품입니다.
 
DACㆍ앰프의 풍성한 사운드를 즐기려면 무손실 음원이 좋겠죠. 고성능의 유료 앱을 더하면 금상첨화죠.

피델리오 M2L의 가격은 (필립스사운드몰 기준) 33만9000원. 가격 대비 성능은 최상입니다. DACㆍ앰프를 내장한 덕에 가격으로만 따져도 매력적이죠. 스마트폰 음향 보조기기 구매를 위해 지갑을 만지작거렸던 사용자라면 꼭 청음을 권합니다. 고가의 장비를 헤드폰 하나에 압축해 담았으니 취향에 부합한다면 돈 버는 느낌까지 들지도 모릅니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 뮤직을 애플 전용 헤드폰과 함께하면 일체감은 더 해집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에겐 그림의 떡이겠지만…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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