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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참모들은 뭐하고 있나…난장판에 “노(No) 라고 말할 사람이 없다”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좋은 리더 곁에는 반드시 좋은 참모가 있기 마련이다. 성공한 대통령은 좋은 참모를 곁에 두고 잘 활용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 참모에 따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막중할 수 밖에 없다.

요즘 정치권을 달구는 핫이슈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시작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거취 논란이다. 그런데 그 이면을 보면 소통 부재인 대통령의 독주와 무기력한 참모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피곤한 듯 눈을 만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참모들은 찾아볼 수 없다.

연일 시끄러운 국회와 달리 청와대는 거부권 이후 조용하다.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의 모습을 홍보하는 데 바쁘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병기 비서실장 체제 출범 후에도 김기춘 전 실장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대통령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보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고 수행하는 데 참모가 더 많다는 것이다. 거부권 행사로 정국이 극단적으로 냉각되고 있는 데도 국회와의 소통을 위한 정무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이유로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청 조율을 책임지는 정무수석 자리도 40일 넘게 비어 있고 당정청 회의는 한 달 넘게 가동되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무특보들은 강성(强性)의 친박계 의원들이 포진돼 있다. 소통을 위한 인사들이라기 보다는 친위 부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들은 실제로 이번에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논란에서 최일선에 서서 대통령의 ‘뜻’을 강요하다시피 했다.

참모들의 ‘눈치보기’는 각료들로도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청와대 내부 인사의 얘기다.

“아예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할 때까지는 자기가 갖고 있는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 분위기가 있죠.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반대된다 싶으면 먼저 (자신이) 얘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말하도록 하는 겁니다”

다른 인사는 “유 원내대표가 참모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 사태는 쓴소리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 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유일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변 참모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지지율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전후해 지지율이 30% 초반까지 곤두박질치자 뒤늦게 대책반이 잇달아 만들어졌고 대통령은 장관들을 호되게 질책했다. 현장으로 달려가는 대통령을 홍보하는 사진과 보도자료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MB 정권의 한 인사는 “그래도 MB 때는 맞담배를 피면서 참모들과 토론하고 얘기를 듣고 하는 그런 게 있었다”며 “지금은 참모들의 그런 역할이 없고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주만이 존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아예 참모들이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돼 있는 구조라는 비판도 있다. 대통령이 장관들이나 수석들에 대해 대면보고가 아닌 서면보고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어 제 목소리라도 냈다가는 ‘찍어내기’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대선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의원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등은 모두 자취를 감춘 반면 지난해 말 ‘정윤회 문건 사건’ 으로 세상에 알려진 핵심 측근인 ‘문고리 3인방’은 오히려 그 역할이 더 커졌다.

미국 대선에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은 자서전 ‘힘든 선택들’에서 “자신에게 겨누어진 비판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개인 감정을 싣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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