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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막장 與 회의, ‘XXX’ 욕설의 진실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욕설(辱說)의 ‘임팩트’는 강합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보단 ‘하수의 언어’이지만, ‘요령부득(要領不得)’인 상대에겐 주위를 환기시킵니다. 욕설을 뱉은 자신에겐 ‘카타르시스’를 주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2일 국회에서 진행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학용 의원(김무성 당대표 비서실장)이 했다는 욕 ‘XXX’에 대해 온라인 세상에선 과연 ‘XXX’가 어떤 욕이었냐를 두고 각종 언어유희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인기 케이블TV 프로그램의 제목을 즉각적으로 떠올려 ‘삼시세(새)끼’라는, 누군가에겐 뼈아프도록 창의적인 ‘수준 있는 개그’도 선보이고 있죠.
욕설의 팩트만 캐려는 게 아닙니다. 집권 여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걸 얘기하려는 겁니다. 평소 ‘젠틀한’ 이미지가 있는 김학용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들으라는 듯, 아닌 듯 “김태호 저 XXX가…”라면서 회의장을 빠져 나갔습니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요. 그러면서 또 김 최고위원을 향해 “애XX들도 아니고 그만해라”라고도 했습니다.

이 욕설의 맥락을 살펴보면, 김태호 최고위원이 회의에서 요즘 ‘뜨거운 남자’인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관련해 “개인적으로 유 원내대표를 존경하지만, 매일 이런 아픈 얘기를 하는 것이 고통스럽다”면서 “개인의 자존심도, 명예도 중요하고 권력의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정권의 안정”이라며 사퇴를 요구한 데 따른 것입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발언 직후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해도 너무한다”며 사퇴요구에 발끈했고, 김무성 대표도 “회의 끝내”라고 진노한 데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근 공개석상에서만도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3차례나 요구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김무성 대표가 어떻게 해서든 갈등을 봉합하려고 이런 저런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온 노력에도 반(反)하는 것이니까요.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여권 모습은 새누리당의 ‘최고 어른’인 박근혜 대통령이 자초한 바가 크기 때문에 이에 관한 장광설은 접어두고, 욕설 이후 김학용 의원의 해설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를 던집니다.

그는 파행 끝에 중단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니 너무 하잖아…”라며 욕설을 내뱉은 자신의 심정에 이해를 구했습니다. 그는 “서청원 대표(최고위원)도 오늘 아무 말씀 안 했잖아. 바보가 아닌 이상…. 매일같이 너무 하잖아. 서청원 대표도 (회의장 나가면서) ‘김태호 저거 너무 하네’라고 그러시잖아”라고 했습니다. 김학용 의원은 기자들이 ‘김태호 최고위원하고 친구이신데…’라고 묻자, “친구니까 그러는 거지. 다 생각했잖아. 태호한테 전혀 도움이 안되거든. 다 생각이 있잖아. (중략) 친구니까 나는 더 저러면 김태호가 완전히 가는데 그런 생각이 드니까…”라고 부연했습니다.

기자들과의 문답 중에 김학용 의원은 어디선가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의 통화 내용은 이랬습니다. “아니, ‘XXX’가 아니고, ‘에이XX’라고 한거야. 응 그래”

한국사람이면 모두가 알 수 있는 욕설인 ‘XXX’라는 걸 김 의원이 진짜 입밖에 냈는지를 확인하려는 전화에 그는 ‘에이XX’라고 했다고 말한 겁니다. 막말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비판을 인식해 뒤늦게 주워담기를 한 겁니다. 
‘아’ 다르고 ‘어’다른 걸 파악해야 하는 현장 기자들 사이에선 네티즌의 언어유희 못지 않게 설왕설래가 오갔습니다. 부끄럽고 한심하지만, ‘XXX’냐 ‘에이XX’냐를 놓고 고민을 한 겁니다. 본지 기자는 ‘막장’ 최고위원회의 현장에서 분명 ‘XXX’로 들었고, 사진기자도 ‘XXX’라고 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욕설은 한 번으로 끝나겠지만, 권력을 갖고 있다는 여당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김무성 대표는 서울역에서 진행된 부산관광 활성화 캠페인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나 아무 할 말 없다”면서도 “지금 당을 파국으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이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그걸 못참고 연일 비판하고 공격하는 게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번 발언했으면 됐지 또 다시 중복, 삼복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의에 벗어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휴, 나 더 말 안하겠다. 그만하자”고도 했습니다.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다 보니, 박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정치 초고단수’라는 그는 이미 이런 현실을 ‘예정’해 놓고 있었을까요.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했던 대통령은 일주일째 침묵 중이고, 박 대통령을 쳐다보는 새누리당은 계파갈둥, 권력투쟁의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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