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원내대표는 1일 친박계 의원들의 끈질긴 사퇴 요구에도 굴하지 않고 원내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의사를 내비쳤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상황이 변한 게 없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또 전날 원내대표단 회의에서는 추가경정 예산 문제와 각종 민생법안을 잘 챙겨달라고 지시하며 의연한 행보를 보였다.
유 원내대표가 이처럼 굳건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당내 비박계 의원들의 지지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박계 중진의원들은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 ‘구원등판’해 친박계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최고위원들이 앞장서서 유 원내대표를 사퇴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과유불급’을 언급하며 “자기와 같은 생각만 존재하고 자기와 같은 생각은 나가라고 하면 정당이 존재할 수 없다”고 유승민 사퇴론을 반박했다. 이어 “민주정당의 길을 가야지, 사당화의 길을 가면 안 된다”라면서 “누구 나가라 들어와라 말은 그만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병국 의원은 회의에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다.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이를 어떤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워선 안된다”며 “한 사람을 희생양을 만드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한 원내 핵심 의원은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당내 다수 의원들의 뜻도 아닐뿐더러 유 원내대표가 쉽게 물러날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가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초조해지는 것은 되레 친박계다. 비박계 의원들의 세가 친박계를 압도하고 있어 비박계로서는 의원총회를 열어 재신임 문제를 논의한다고 해도 승산이 희박하다.
또 친박계 최고위원인 이정현ㆍ서청원 최고위원, 그리고 친박계와 뜻을 함께 하는 김태호ㆍ이인제 최고위원이 사퇴해 ‘김무성 대표 체제’가 무너지게 될 경우 비대위원장 승계 1순위는 바로 유 원내대표다. 최고위원 사퇴 카드로 유 원내대표를 흔들려 했다가는 자칫 유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정치 지형도에도 불구, 유 원내대표가 거취문제로 처한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친박계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국회법 본회의 상정일인 오는 6일을 명예퇴진의 데드라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 한방’이 없는 친박계로서는 끊임없이 자질론과 국회 파행 책임 등을 물으며 여론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명예퇴진’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히지 않는 한 장기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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