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튜닝 대중화’ 밀알 되고파
“튜닝을 도로 위 굉음차 정도로 여기는 편견을 바꾸고 싶어요. 자동차는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차와 함께하는 ‘문화’로 튜닝을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서울 강남 도산사거리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최근 만난 송영진 씨(35)는 튜닝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열린 현대차 베스트드레스업카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쥔 ‘제네시스 쿠페’ 앞에 선 그는 어느 수입차 주인보다 더 당당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5층에 전시된 송 씨의 ‘제네시스 쿠페’ 첫인상은 날렵한 스포츠카였다. 도로에서 만났다면 한번쯤 쳐다볼만 했다. 차체 밑을 덧대 지상고가 낮아졌고, 타이어 휠이 18인치로 커졌으며, 빨강과 검은색 조화로 더 선명해졌다.
본래 제네시스 쿠페는 빨강색 하나로 밋밋했지만 전후측면은 물론 타이어휠까지 절제된 블랙톤으로 맞췄다. 실내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운전대 레드 스티치 한땀 한땀까지 공을 들였다.
송 씨는 “튜닝의 생명은 과하지 않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제네시스 쿠페를 구입한 것은 2010년 가을.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튜닝작업을 해 현재의 모습으로 재창조했다. 가장 뿌듯한 작업은 에어서스와 전동덕트. 에어서스는 트렁크 공기탱크에 보관한 공기로 압력을 줘 차체 높이를 위아래로 조절하는 장치다. 방지턱 등 장애물 때문에 범퍼가 지면에 닿을 것 같으면 주행 중 리모컨 하나로 차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영화 ‘배트맨’의 한 장면처럼 차량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달리는 짜릿함이 있다.
전동덕트는 앞 보닛 위에 마치 콧구멍처럼 나있는 엔진 숨구멍을 말한다. 단순히 엔진의 열만 빼는 것이 아니라 안에 조명을 설치해, 열었을 때 은은한 푸른빛이 새어나오게 했다. 원래 모델은 숨구멍이 있지만 열리지 않는다.
트렁크를 열면 풀오디오 세트가 압권이다. 모니터 7개, 스피커 4개가 달려있다. 송 씨는 “튜닝차, 특히 쿠페는 빨리 달리기만을 위한 차로 생각하지만, 야외에 나가서 즐길 수 있도록 오디오 세트를 장착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쿠페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튜닝하는데 든 비용은 약 2500만원. 차값이 4200만원이니 절반을 넘긴 셈이다.
“남들은 튜닝비로 집도 사겠다고 하지만, 술마시고 노는데 쓸 돈을 나만의 차를 만드는데 쓴 것에 후회는 없어요.” 그는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에 대해 “심사위원들조차 이거 원래부터 있던 거냐고 물을 때”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앞으로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들러서 가격도 물어보고 튜닝을 체험할 수 있는 작은 매장을 만들고 싶다”며 “튜닝 대중화에 밀알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