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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1000ㆍ입양 500'…돈벌이 악용되는 친양자제도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제발 저 아이를 내 아들로 삼게 해주세요”
A(45)씨는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재판관에게 호소했다. 

이 아이는 A씨가 1년 전에 결혼한 조선족 아내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중국 국적의 아들이다. A씨는 “제가 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달라”며 판사에게 매달렸다.

판사는 그러나 A씨가 이미 수차례나 외국인들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것을 확인한뒤, A씨의 ‘친양자입양’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는 “A씨는 ‘입양꾼’, ‘위장결혼꾼’으로 봐야 한다”며 “친양자입양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외국인 모자(母子)에게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는 것으로 볼 만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위장결혼을 소재로 했던 25년전 영화 ‘그린카드’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2008년부터 시행된 친양자제도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전의 친생부모와 관계를 종료시키고 양부모의 친족관계를 인정해 성과 본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친아들ㆍ딸과 마찬가지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수 있고 법적으로 친자와 동일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 

재혼 가정에서 전남편ㆍ전처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을 정식으로 가족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제는 외국인 자녀를 친양자로 들일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어, 국적 획득의 우회로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올해 5월 말까지 접수된 친양자입양 사건은 총 780건이다. 대부분은 내국인 간 정상적으로 이뤄져 법원이 허락하지만, 연평균 13.5건은 기각된다.

친양자입양이 해당 년도에 해결되지 않고 다음해로 넘어가는 미제 사건의 경우, ▷2012년 42건 ▷2013년 74건 ▷2014년 109건 ▷2015년 5월까지 163건 등 해마다 급증한다.

법원 관계자는 “기각 및 미제로 남아 있는 사건의 대부분은 일반적인 친양자 신청이 아닌, 외국인 자녀의 한국 국적 취득 등을 목적으로 한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결과, 국내에서 영업하는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버젓이 위장결혼 알선을 하고 있었고, 위장결혼, 위장 친양자 입적에 응하는 내국인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었다.

한 업체 직원은 “위장결혼은 여자와 조건이 먼저 맞아야 하겠지만 보통 10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아이는 한 명 당 500만원 정도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가정법원 한 판사는 “이런 실태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가정법원 모두 파악하고 있다”면서 “일단 법원에서 판단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관계부처와 제도개선책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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