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리미엄가전업체 밀레의 라인하르트 친칸 공동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역삼동 밀레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업 승계원칙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친칸 회장은 마르쿠스 밀레 회장과 함께 밀레코리아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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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 공동회장인 라인하르트 친칸과 마르쿠스 밀레,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오른쪽부터)가 지난달 30일 밀레코리아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밀레는 1899년 친칸 가문과 밀레 가문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친칸 가문과 밀레 가문이 번갈아 가면서 4대째 가족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두 가문이 지분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 부문의 밀레 가문이 51%, 경영 부문의 친칸 가문이 49%를 가지고 있다.
친칸 회장은 “설사 양 가문의 후손이라해도 기업 후계자는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먼저 열정과 능력을 훈련받아야하는데 이는 반드시 힘든 외부세계에서 받고 와야하고 능력과 자질도 입증해야한다”고 말했다.
밀레는 독특한 후계자 승계 방식으로 유명하다. 양 가문에서 수십명이 경합을 거쳐 최종 후보에 선정되면 4년 이상 다른 회사에서 경영 실무를 쌓아야 한다. 이후 업무 능력 시험과 최종 면접을 거쳐 후계자로 선정된다. 친칸 회장도 지난 1991년 밀레에 입사하기 전 BMW에서 4년동안 일했다.
마르쿠스 밀레 회장은 “양 가문에서 후계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은 많다”면서 “4대째 내려오는 지침에 따라 자질과 능력을 입증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헤드헌터 등 전문가가 참여해 후계자 후보에 대한 공정평가를 받게 된다”면서 “다른 기업에서 어떤 훈련을 받았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 가문이 잡음없이 공동경영을 이어가는 비결을 묻자 친칸 회장은 “부부도 이혼할 수 있지만 두 가문은 이혼하지 않기 위해 서로 존중하고 항상 모든 일을 함께 결정한다”면서 “부부가 백년해로하기 위해 한가지 비법이 있다면 서로에게 약점이 있고,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관용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가문이 함께 하는데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권력 다툼은 116년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런 좋은 분위기를 다음 세대에도 물려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