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교통환경硏 연구원의 도 넘은 ‘인증갑질’…친형 원한 수입車 수시검사로 가격다운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공무원이 ‘환경 인증’이라는 독점적인 권한을 휘두르며 외국 자동차 수입업체로부터 갖은 금품과 향응을 받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해외 수입 자동차의 배출가스, 소음 등의 환경인증 과정에서 인증 신청업체 관계자로부터 32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황모 연구원(4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 연구원은 2009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환경인증을 신청한 업체로부터 모두 113회에 32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다.

수입차 업체의 배출가스와 소음 검사를 담당하는 황 연구원은 법적으로 15일내 해야 하는 환경인증을 고의로 지연시킨 뒤 ‘급행료’를 낸 업체만 선별적으로 인증서를 발급해 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황 연구원의 고의 지연으로 인증서 발급신청 민원의 절반가량이 처리되는 데에 1∼2개월이 걸렸다.

황 연구원의 ‘갑질’ 행세는 다양했다. 외국 출장 시 인증 신청업체 관계자를 동행하고, 지방으로 출장을 갈 때에도 업체 관계자에게 미리 자신의 일정을 알려 현지에서 접대를 유도했다.

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여종업원이 일하는 유흥업소에 같은 날 각각 다른 업체관계자로부터 두 차례 향응을 받는 등 해당 유흥업소에서만 수차례 고정적으로 향응을 받았다.

친형이 원하는 수입 자동차의 차종을 수시 검사 대상으로 지정해 인증검사에 사용하게 한 후 정가보다 34%(약 1100만원) 싸게 사기도 했다. 인증검사에 사용된 차량을 중고차 취급을 받아 시세보다 25%가량 가격이 할인되는데 황 연구원은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구입했다.

황 연구원이 ‘인증 권한’을 무기로 전횡을 일삼을 수 있었던 것은 수입 자동차가 국내에서 시판되려면 교통환경연구소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막강한 권한이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인증 권한이 교통환경연구소에만 독점적으로 있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은 감사기능이 없다. 인증 관련 세부적인 업무처리 지침도 없어 담당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미비점이 있다. 환경부는 교통환경연구소의 인증과정에 대한 감시 역할을 소홀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황 연구원의 갑질 행세는 결국 수입 자동차 업체의 반발로 드러나게 됐다.

주한유럽연합대표부(EU-ROK)가 회원국의 자동차 업체로부터 ‘교통환경연구소 공무원이 고의로 인증서 발급을 지연하고 급행료를 받고 있다’는 민원을 받아 환경부에 공식으로 항의문을 전달한 것.

이 과정에서 경찰이 관련 첩보를 입수, 황 연구원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한편, 경찰은 황씨에게 7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 이모(36)씨를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한 또다른 수입차 업체 관계자 13명은 뇌물 액수가 소액이어서 입건하지 않았다.

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