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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풍부터 세월호까지…대한민국 ‘데칼코마니’ 재난史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지난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도심 한 복판에서 업계 매출 1위를 달리던 고속성장의 상징 삼풍백화점이 단 20여 초만에 50여 명을 사망케 하고 먼지 속에 사라졌다.

당시 사고 후 온 국민들은 사고 규모보다도 무단증축 리노베이션과 위험을 알고도 건축을 추진한 백화점주, 그리고 불법 설계변경을 승인한 공무원 등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정부패에 경악했다. 

(위에서 부터)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6월),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2014년 2월), 세월호 침몰 사고(2014년 4월),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2014년 10월) 헤럴드경제DB사진

삼풍 참사 20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삼풍 판박이’형 대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등은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다. 현재 건설 중인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과 공무원 간 유착관계, 사후약방문식 대응 역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관리법이 개정되고 전문가를 투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삼풍백화점 붕괴와 세월호 침몰,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등 대다수의 대형 인재의 원인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삼풍참사의 핵심원인은 안전을 무시한 무단증축과 무량판 공법(대들보 없이 기둥으로만 지붕판을 받치는 공법) 등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역시 구조변경으로 인한 구조설계 결함이 선박의 복원력을 상실하게 해 침몰에 이르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삼풍백화점과 세월호 사고는 구조설계상의 치명적 결함이 내재된 상황에서 발생했고, 이러한 결함이 각종 심의 등 규제절차에서 주목되지 않았다”며 “위험에 대한 신호가 있었지만 운영이 계속됐고, 20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두 개의 재난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매커니즘에 의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조설계상 결함과 무리한 시공으로 인한 대형참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축물 불법개조는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누적기준 위반건축물은 전국에 약 13만6515 개에 달했다. 국내 전체 건축물의 2%가 불법으로 지어진 셈이다.

특히 위반건축물의 적발 건수는 2010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어 화재 등 안전사고 역시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아파트의 경우 현관 복도 등 공용공간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핵심 벽제를 철거하고 발코니를 불법으로 확장하는 등 불법 사례가 더욱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건축물 등을 건설하는 과정에 구조 안전 전문가가 필수적으로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개조가 용인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해 발생한 경기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당시에도 건축물에 부속된 건축물에 대한 구조안전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게 주요 사고 원인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서규석 한국구조기술사회 회장은 판교 사고와 관련 “건축물에 부속된 환풍구도 반드시 구조 안전을 확인해 설계 및 시공이 진행돼야 하는데 판교 환풍구의 경우 전문가의 구조확인이 배제된 채 시공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구조안전전문가가 건축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삼풍사고 당시) 안전진단 전문기관의 설립 및 정밀안전진단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사의 자격은 일반 시공기술사, 품질시험기술사, 건축사 등에게도 허용돼 있지만 이들은 구조안전전문가가 아니다”라며 “인허가, 건축심의, 감리 등에 구조설계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 과정이 없었던 게 사고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를 기억하고 안전사회의 계기로 삼자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해 8월부터 ‘서울의 아픔, 삼풍백화점’ 이라는 주제로 유가족, 생존자, 구조대 등 100여 명을 통해 사고와 관련한 기억을 수집해왔다. 지난 해에는 한 포털사이트 웹툰을 통해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된 ‘삼풍’이라는 웹툰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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