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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도 힘들고…”한국 등지는 2030들
작년 美 취업이민 9년來 최고…경기침체속 구직난 심화 여파
투자이민은 급속 감소 대조적


#.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이모(31ㆍ남)씨는 요즘 미국 취업이민을 알아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청소업체에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일자리를 확정짓자마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함께 미국으로 떠날 생각이다. 전공을 살려 박사과정에 진학할까 했지만 과감히 포기했다. 해외 유학파들이 포화를 이룬 상황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새 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고국 떠나는 사람들. 미국행 취업이민자 수가 지난해 5945명으로 9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년 전 삼풍사고 이후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고,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붕괴, 메르스 사태까지의 각종 인재와 청년 취업난, 정치 실종 등이 겹치면서 한국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한국을 미련없이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29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수속을 밟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미국 취업이민을 떠나는 이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구직난이 심화되고 각종 여건이 악화되면서 미국 취업이민이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29일 미국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EB-3 취업비자를 받은 한국인이 최근 9년 새 최대로 늘어 6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EB-3 비자 발급인원은 2006년 4803명에서 지난해 5945명으로 폭증했다. 이 같은 수치는 2005년(9231명)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최고치다.


반면 최소 50만달러(약 5억6000만원) 이상의 거액을 투자해야 가능한 투자이민(EB-5)은 9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EB-5 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은 2006년 376명에서 2009년 903명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225명으로 급감했다. 그마저도 EB-5 투자액 기준이 올 10월 80만달러로 상향조정되면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서 살기 팍팍해진 서민들이 미국 취업이민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산층 이상 자산가들만 갈 수 있는 투자이민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A이주공사 관계자는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등으로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크게 느껴 결심을 굳혔다는 의뢰인이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EB-3는 가장 대표적인 미국 취업이민 비자로, 전문직과 숙련직, 비숙련직 취업으로 나뉜다.

전문직은 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만 지원 가능하며 의사, 엔지니어, 회계사, 변호사 등의 직종에 해당된다. 숙련직은 프로그래머, 간호조무사, 치기공사 등 일부 전문직종에 한해 2년 이상의 경력이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비숙련직은 학력이나 경력과 무관한 직종으로 제품포장, 육가공, 청소업체 취업이 활발하다. 특히 EB-3 비자 발급기간이 평균 2∼3년으로 단축되면서 특별한 경력이나 자격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는 비숙련 취업이민의 인기가 높다. 고학력 전문직 대상에 심사절차도 까다로운 EB-1, EB-2 비자보다 손쉽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B이주공사 관계자는 “무작위 실시되는 감사를 받지 않는 경우 이르면 1년 반만에 비자가 나오기도 한다”면서 “EB-2 비자 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빨리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EB-3 비자를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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