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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직구형, 호소형, 비굴형…성적 항의에 몸살앓는 교수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존경하는 교수님, 이번 학기 ○○수업을 수강한 ○○○입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혹시 제가 어떤 부분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건지 알 수 있을까요?”

29일 봄학기 성적 발표 후 정정 기간에 돌입한 대학가, 교수에게 이같은 취지의 메일을 보내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출석도 다 하고 과제도 다 내고 시험도 잘 본것 같은데 왜 점수가 B인지 궁금하다”는 식으로 ‘돌직구’를 날리는 학생부터 “집안 형편이 어려워 꼭 장학금을 타야한다. 한번만 봐달라”며 눈물의 호소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의 성적 정정기간은 말 그대로 성적 집계 오류나 실수가 있을 경우 이를 바로잡는 기간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성적을 올려주는 교수를 찾긴 힘들다.
[출처=헤럴드DB]
하지만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 경쟁에 내몰린 대학생들은 학점 하나 하나에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취업에 있어 ‘학점이 전부가 아니’란 걸 머리로는 알고는 있지만 불안한 마음에 평점 0.1점이라도 올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써보는 것이다.

0(제로) 학점을 +(플러스)로 올려달라는 요청도 많다. 대부분 대학에서 상대평가 실시로 A, B, C 각 학점에 대한 비율이 시스템으로 정해져있지만 같은 학점 내 이동은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A(26)씨는 “주변에서 누가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제로에서 플러스로 성적 정정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한번?’이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는 성적 이의 신청에 관한 팁과 성적 정정을 요구하는 메일의 추천 양식까지 쉽게 찾을 수 있다. A0에서 A+로 성적 변경에 성공(?)한 메일 양식이라며 유료로 내놓은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팁은 “성적을 고쳐달라가 아니라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식으로 예의 바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권한다.

일부 교수들은 항의하는 제자들이 자신의 평가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여겨 도리어 역정을 내고 점수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정정 기간이 되면 쏟아지는 메일과 문자, 연구실로 찾아오기까지 하는 제자들에 시달리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특히 정답이 명확한 객관식ㆍ주관식 시험 보다는 서술형 평가 시험의 경우 학생들의 항의가 많은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 운영에도 경영 마인드가 도입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과 교수는 “예전에는 성적 정정기간이란 게 따로 없었는데 이제는 대학이 학생을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로 인식하면서 공식적인 항의와 문의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도 무분별한 항의와 애원은 지양해야겠지만, 교수들도 평가 지표와 채점 결과를 더 정확히 공개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로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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