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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웠던 퀴어축제…‘두개의 대한민국’을 보았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우리나라에서 동성결혼이요? 적어도 10년은 더 지나야 제도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에서 만난 성소수자 김모(22) 씨는 국내 동성결혼 합헌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그래도 과거와 비교했을 때보다 우리 사회가 상당히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이제는 축제에 맞불을 놓는 보수단체의 행동도 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퀴어문화축제에는 김 씨를 비롯한 성소수자와 시민, 외국인 등 약 3만명(주최측 추산ㆍ경찰추산 6000여명)이 참여해 광장을 무지개로 물들였다. 특히 이번 축제는 서울의 중심인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단체가 단독으로 행사를 열었다는 데 의미가 더욱 컸다. 축제조직위원회는 “우리 시민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한걸음 나갔다는 것”이라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행진하고 있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퀴어문화축제에는 성소수자와 시민, 외국인 등 약 3만명(주최측 추산ㆍ경찰추산 6000여명)이 참여해 광장을 무지개로 물들였다. 축제조직위원회는 “우리 시민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한걸음 나갔다는 것”이라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적잖았다. 프로그래머 정모(30ㆍ여) 씨는 “내가 언제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또 이미 어딘가에선 소수자일 수도 있는 만큼 이들에게 힘이 되려 나왔다”면서 “사람을 좋아한다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개신교인이라고 밝힌 서울대생 김모(20) 씨도 “광장 주변에서 북치고 소리치는 개신교인들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왔다”고 털어놨다. 서울광장~퇴계로~소공로를 거쳐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는 2.6㎞의 긴 퍼레이드 행렬 사이사이 입을 맞추는 이성애자 커플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번 축제는 또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이 내려진 뒤 열렸다는 점에서 더욱 뜨거웠다. 유럽 다수 국가의 동성결혼 허용 결정이 미국에 영향을 끼쳤던 것처럼 미국의 결정도 다른 나라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기대감이 높았다. 성소수자 박모(19) 양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성소수자에 대해 비판적인 곳이지만, 이번 미국의 결정을 보고 앞으로는 나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조심스레 낙관했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행진하고 있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퀴어문화축제에는 성소수자와 시민, 외국인 등 약 3만명(주최측 추산ㆍ경찰추산 6000여명)이 참여해 광장을 무지개로 물들였다. 축제조직위원회는 “우리 시민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한걸음 나갔다는 것”이라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성소수자들은 김 씨처럼 국내 동성결혼의 합헌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최모(24ㆍ여) 씨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같은 분위기에선 15년에서 20년은 더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또 다른 성소수자도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개신교의 시각이 바뀌어야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이날도 축제가 벌어지는 서울 광장 한 쪽에선 기독교 단체가 외치는 ‘동성애 반대’ 등의 구호가 쉴새없이 울려퍼졌다. 대한문 앞과 서울도서관 및 시청 앞으로 22개 기독교 단체 등이 모여 성소수자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 것. 이들 단체는 북과 음향기기, 간이 야외 무대 등을 설치한 뒤 질서유지선을 사이에 두고 “동성연애 물러가라, 퇴치하라”,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가 웬 말이냐” 등을 외치며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또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대로변에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거나 퍼레이드 행렬을 뒤따라가며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 관계자들은 향후 동성결혼이 법조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간통죄 처벌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라는 판단으로 폐지된 만큼, 향후 같은 이유로 성매매특별법이 위헌으로 결정난다면 동성결혼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관계자들은 동성혼이 당사자 둘만의 문제라 성풍속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 국내 법률에는 법률상 ‘혼인개념’을 정의한 조항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동성결혼 합헌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실제 동성결혼 합헌을 위한 움직임도 시작됐다. 영화감독 김조광수(50)의 혼인신고 불수리(반려)에 대한 첫 재판이 다음달 7일 열린다. 앞서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2013년 동성연인과 결혼식을 올린 뒤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반려받았다. 이에 그는 지난해 5월 21일 ‘부부의 날’에 서울서부지법에 불복 신청을 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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