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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DERS CAFE]뇌 연료 아끼려면…머릿속을 해방시켜라
온갖 생각·상황 발생에 집중 힘든 현대인빈번한 멀티태스킹 인지수행능력에 악영향뇌 작동원리 알아야 변화 적절대응 역설
온갖 생각·상황 발생에 집중 힘든 현대인
빈번한 멀티태스킹 인지수행능력에 악영향
뇌 작동원리 알아야 변화 적절대응 역설

“현재에 몰입·실패 없이 자유로우려면
범주화된 정보 외부시스템에 저장해야”
뇌과학 거장의 명쾌한 ‘인생정리 종합편'


유명 음악가나 정치지도자,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회장 등 능력과 업적이 뛰어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뇌과학연구자 대니얼 J. 레비틴 맥길대 교수는 이들의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공통점으로, “누구를 만나 대화하든 서두르는 기색 없이 여유가 넘치고, 눈을 마주하며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한다”는 점을 꼽는다. 이들은 그 순간에 다른 곳에 가야 한다거나 더 중요한 사람과 얘기하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다. 직원들이 이미 그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을 대신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주의력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일에 완벽하게 몰입해 창의력과 생산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온갖 잡생각과 걱정에 휘둘려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없는 일반인들도 자질구레한 일들은 외부에 맡기고 순간과 하루 하루에 집중하면서 자유로울 순 없을까.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레비틴 교수의 신작 ‘정리하는 뇌’(와이즈베리)는 뇌가 정보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작동시스템을 이해함으로써 과부하가 걸린 정보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들려준다.

그러려면 우선 뇌가 정리하고 조직하는 방법을 알 필요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뇌가 주의를 기울이는 주의 필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변화와 중요도다. 뇌의 주의시스템은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새로운 정보를 바로 의식으로 올려보내, 변화에 적절한 반응을 하도록 이끈다.

가령 운전을 하다가 바퀴가 덜컹거리면 뇌는 새로운 정보를 의식으로 올려보내 답을 찾게 한다. 눈으로 아스팔트가 패여있는 걸 확인해 만족스러운 설명을 찾고 나면 뇌는 다시 긴장을 풀고 감각을 통한 의사결정 권한을 다시 낮은 수준의 의식에 되돌려 준다. 중요한 정보도 정보를 통과시켜 의식에 올려보낸다. 중요도는 개인적 관심사에 따른다.

그러나 주의력은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곳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일 수 는 없다. 가령 식료품 봉지를 양 손에 가득 들고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고 치자. 식료품 봉지를 내려놓고 전화를 받아야는데 열린 문으로 개나 고양이가 나가지 않게 주의하면서 통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통화를 끝낸 뒤 열쇠를 어디다 두었는지 모를 때가 많다. 이는 주의시스템이 다룰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뇌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들을 우리에게 숨기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멀티태스킹도 사실은 우리 뇌의 작동방식을 거스르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상사의 지시 등을 일과 동시에 수행하지만 우리 뇌는 이런 식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한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아주 신속하게 주의 전환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런 주의전환은 뇌의 연료가 금세 바닥나 인지수행능력에 좋지 않능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런던 그레셤칼리지의 글렌 윌슨의 연구에 따르면, 과제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메일 하나가 읽지 않은 상태로 메일함에 들어있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유효 IQ가 10점이나 떨어졌다.

레비틴 교수는 수렵 채집인 시절보다 처리해야 할 정보가 수천배 더 많아진, 정보 과부하 상태인 현대인들이 어떻게 외부시스템을 활용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생활할 수 있는지 일상의 다양한 방법들을 들려준다. 기억해야 할 것을 범주화하기는 오랜 생물학적 진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스마트폰이나 열쇠를 위해 상자마련하기, 물건의 위치 지정하기, 목록만들기 등은 우리의 뇌의 특성을 이용한 행동유도장치들이다. 마이클잭슨은 자신의 소유물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목록으로 작성했다. 그의 수많은 고용인 중에는 ‘수석 기록보관인’이라는 직함도 있었다.

일상의 활동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에서 새로움의 느낌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게 도움이 된다. 책에는 디지털 정보를 분류해 파일 시스템을 만드는 법도 자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 정보의 처리와 함께 정보를 다룰 수 있는 태도와 능력, 즉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결과를 어림짐작해 의사결정을 하는 ‘정보 소양’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정리는 물건이나 상황 뿐만 아니라 사회관계 및 인간관계, 시간에도 적용된다. 외부적 산만함을 해결하기 위해 휴대전화, 인터넷, 이메일을 끄고 집중할 수 있는 특정시간과 공간 마련하기, 주의를 끈 것을 빠짐없이 글로 적어 뇌의 되새김질 막기, 큰 프로젝트 수행시 자잘한 문제를 해결하는 5분 규칙, 자기 시간의 가치 계산하기 등 심리학적 효과를 일러준다.

뇌과학자가 들려주는 ‘인생정리 종합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일상의 전반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의 정리 원칙은 간단하다. 정리의 부담을 뇌에서 바깥세상으로 넘기라는 것이다. 뇌 정보를 일부 혹은 전부를 뇌에서 물리세계로 넘긴다면 실수할 가능성을 줄일 뿐만 아니라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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