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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아티스트 마리킴, 이번엔 백(Bag)을 만나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눈 큰 소녀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리킴의 그림이 뛰어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리킴의 ‘광팬’을 자처하는 국내 저명 컬렉터에게 물었다. 그의 답이다.

“마리킴은 팝아티스트가 갖고 있어야 할 모든 소양을 갖췄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철학이 분명하고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작(多作)하는 작가이면서 다독(多讀)하는 작가죠. 때로 날라리처럼 보이는 패션도 한 몫 하고요.”

팝아티스트 마리킴이 백(Bag)을 만났다. 국내 핸드백 제조업체 시몬느(회장 박은관)가 자체 브랜드 ‘0914’를 런칭하기에 앞서 지난 2013년 10월부터 2년여에 걸쳐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해 온 ‘백스테이지(Bagstage) By 0914’ 전시에 이번엔 그녀가 이름을 올렸다.

백스테이지의 여덟번째 전시이면서, 오는 9월 14일 0914 런칭 때 그간의 결과물들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전시를 제외하면 이번이 실질적인 마지막 전시다. 시몬느는 긴 호흡으로 국내 다양한 미술가들과 협업을 이끌어오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번 전시에는 홍경택, 정순구, 전미래, 이진용, 그리고 마리킴 5명의 작가가 호흡을 맞췄다. 

사진=이상섭 기자/bobtong@heraldcorp.com

전시 오프닝에 앞서 마리킴을 만났다. 전시가 열리는 가로수길 시몬느 핸드백박물관에서다. 무엇보다도 최근 ‘중국 전시 대박 사건’이 궁금했다.

마리킴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가나아트와의 전속 계약을 지난 5월 종료했다. 작가로서 ‘프리’ 선언을 한 것이다. 오는 10월 쯤에는 국내 메이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드로잉, 페인팅 등 300여점을 내놓는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 베를린 전시도 잡혀 있다.

가장 가깝게는 중국 상하이에서 전시를 열었다. 그의 대표적인 눈 큰 소녀 캐릭터 ‘아이돌(Eyedoll)’에 중국 옷을 입혔다. 영화 패왕별희, 화양연화 등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상하이 학고재(회장 우찬규)가 전시를 추진했다. 작품 값을 2배 가까이 올렸는데 내놓기 무섭게 팔렸다. 저명한 중화권 컬렉터도 그녀의 그림을 사갔다는 소식이다.

“최근에는 영화 두 편의 감독을 맡았어요. 한 편은 출연도 했고요. 세부 전공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사실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영상 영화도 제 전공분야 중 하나예요.”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자기복제’다. 어느날 포털 사이트에서 “마리킴은 자기복제를 하는 작가”라는 글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자기복제라는게 아티스트에게는 치명적인 말이에요. 모욕적이고요. 그런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영화는 내가 내 그림의 그림자에게 살해당하는 내용으로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그 그림들이 마리킴을 ‘자기복제’해 나가는 거죠.”
 
사진=이상섭 기자/bobtong@heraldcorp.com

아이돌 캐릭터를 반복해 보여주기 때문에 ‘자기복제’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사실 마리킴 그림에는 에디션이 없다. 아이돌은 모두 버전이 다르다.

이번 백스테이지 전시에 내놓은 아이돌 그림에는 타이포그라피를 이용한 네온 작업을 추가했다. 수수한 차림의 소녀 그림 옆에는 “나는 신발, 가방, 그리고 남자를 사랑해(I love shoes, bags & boys)”라든가, “가방을 사. 그리고 그 안을 꿈으로 채워(Just get a bag and drop a dream in it)”와 같은 문구를 넣었다. 솔직하고 시원한 마리킴다운 직설화법이다.

마리킴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화려한 외모와 패션으로도 주목 받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늘 빈틈이 없다. 럭셔리 브랜드 추종자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동대문 티셔츠도 서슴없이 믹스매치하는 진짜 패셔니스타다. 온라인 직구 실력(?) 덕분이다.

“최근에 모스키노 가방을 샀는데요. 100만원이 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세일을 하는 거에요. 온라인 직구로 19만원에 샀죠. 이 목걸이는 스타일난다 제품이고요. 치마는 타미힐피거. 역시 세일해서 샀어요. 아! 티셔츠는 동대문표예요.”

패션을 아는 아티스트가 패션과 만났으니 패션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책 얘기도 물었다. 요즘엔 우주 이야기에 빠져 있다고. 올해 개인전에서 선보일 테마 중 하나도 인간의 근원, 우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싫어하는 책 이야기를 길게 풀어 놓는다. 이유를 들어 보니 역시 마리킴답다.

“최근에 하루키 책을 읽었는데, 읽으면서도 싫어하는 작가예요. 그의 책에는 신경쇠약적인 단어들이 가득해요. 메말라버린 깡통같달까. 나는 펄펄 살아있는 고깃덩이 같은 느낌이 좋은데.”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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