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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vs. 책] 일상의 해법, 기본과 생각의 힘에 달렸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들이 들려주는 얘기에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그만의 것’이라고 볼 만한 게 꼭 한가지는 있다. 그것은 어떤 기질일 수도 있고, 태도나 노하우, 관념일 수도 있는데 ‘그만의 것’은 독자를 끌어들이고 감동을 준다. 바둑황제 조훈현씨와 중국투자전문가 김만기씨의 이야기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고민과 역경을 어떻게 넘어서야 할 지 그만의 해법을 들려준다. 

관계의 재발견/김만기 지음/다산북스


◆김만기 ‘관계의 재발견’

“상처를 받는다면 일단 모든 관계의 기본인 ‘나’부터 돌아봐야 한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면 관계를 회복하기도 어렵고, 새로 좋은 관계를 맺기도 힘들다.”

중국투자전문가 김만기 온차이나 대표는 그를 키운 건 8할이 ‘사람’이라고 말한다. 좋은 관계가 그를 고무시키고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이력을 보면 헛말이 아님이 드러난다. 형제 많은 가난한 농촌출신에 대학입시에 세 번이나 낙방한 인생의 낙오병 같던 시절, 그는 1992년 무일푼으로 중국말도 모른 채 혈혈단신 중국으로 가는 배를 탄다. 중국에서의 우여곡절 끝에 베이징대 첫 한국유학생이 되고 런던대 중국학 석사 과정을 거쳐 중국 선양의 랜드마크인 쌍둥이 빌딩을 런칭시키는 등 중국투자전문가로 우뚝 서기까지 그의 길에는 늘 좋은 만남이 있었다.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해 쓴 ‘관계의 재발견’은 특별한 비법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말하는 좋은 관계는 “기술이 아니라 기본”에서 나온다. 기본을 지키고자 노력하면 관계는 저절로 풀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본이라는 것도 결코 거창한 게 아니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약속을 잘 지키고, 받으려 하기 전에 주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관계의 시작은 약속지키기로부터 시작된다. 그에 따르면, 흔히 5분 늦은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양 넘어가거나 잠깐 미안해하는 것으로 된다고 여기지만 이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아니다. 거기서부터 믿음은 흔들리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관계의 기본 원칙은 단순하다. 초등학교 1학년 도덕책처럼 느껴질 정도다. ‘인사만이라도 잘하자’,‘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두 마디를 자주하자’ 등이다. 이런 초보적 기본만 지켜도 사람을 얻는다는 것이다.

일상적 관계를 뛰어넘는 비상한 관계도 있다. 인생을 바꿔놓는 귀인이다. 그런 귀인을 만나는 건 행운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귀인도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게 아니라고 말한다. 귀인 역시 일상의 관계 속에 있다는 얘기다. “귀인들은 그냥 기회를 주지 않는다. 평소 열심히 노력하는 내 모습을 보고 비로소 손을 내민다. 귀인은 어디에도 있지만 관계 속에서 귀인을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노력과 열정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책에는 저자가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통해 얻은 관계의 비밀도 들어있다.

‘일을 시작하면 파트너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만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낯선 사람, 불편한 사람과 일을 하면 위기관리 능력이 생긴다‘ 등 관계의 심리까지 폭을 넓힌 현실적인 조언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조훈현 지음/인플루엔셜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한 수 한 수마다 목숨이 걸린 문제가 발생하는 곳, 바로 바둑판 위다.”

‘한국바둑의 황제’ 조훈현, 그는 바둑인생 54년 간 2768번의 대국에서 1938승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기록한 ‘승부의 고수’ 다. 한판 한판 그는 매번 수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목숨 걸고 사투했다. 조훈현이 쓴 첫 에세이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은 그의 치열한 삶의 현장, 바둑판 위에서 깨달은 지혜와 성공의 힘을 들려준다.

한국바둑사에서 전설적인 대국으로 꼽는 1989년 제1회 잉창지배는 지금도 많이 회자된다. 이 대회에 유일하게 한국 대표로 참여한 조훈현은 결승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키며 중국 최고의 기사 녜웨이핑과 결승을 치뤘다. 5전3선승제로 벌어진 결승대국은 1국 조훈현의 승리에 이어 2,3국은 녜웨이핑의 승리, 4국은 조훈현의 승리로 팽팽한 접전 끝에 운명의 마지막 대국을 남겨놓게 된다. 엄청난 부담감과 숨막히는 혈전, 초읽기의 급박한 순간에 판세를 뒤집은 조훈현의 129번째수는 묘수 중의 묘수로 꼽힌다. 조훈현은 “나는 그저 생각 속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내가 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답을 찾아낸 것이다”고 말한다

그가 자신의 바둑인생을 복기하며 쓴 이 에세이를 관통하는 단어는 생각이다. 그는 생각의 위대한 힘을 자신의 삶을 통해 입증해 보인다.

“세상에 풀지 못할 문제란 없다.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고 그는 단언한다. 바둑판의 시계도 빨라져 제한시간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그는 오래 숙고하는 시간의 힘을 강조한다 .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일수록 진지하고 신중한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들은 조금만 더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일들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은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데는 복기가 필수다. 승자에게나 패자에게나 되풀이하는 괴로운 과정, 복기를 왜 해야 할까. 저자는 ”복기를 해야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복기의 의미는 성찰과 자기반성이다. 이것은 깊이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며 겸손과 인내를 요구한다“며 “아파도 뚫어지게,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한다”고 조언한다.

바둑의 세계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그의 말은 단단하고, 예리하게 꽂힌다. “생각의 바탕은 인품이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매 순간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태도로 행동해야 한다”,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다. 다 가졌다가 다 잃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한탄하고 절망한다면 승부는 거기에서 끝난다. 그러나 계속 게임을 할 의지가 있다면 승부는 계속된다” 등 경구와도 같은 말들이 바둑판 19로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그의 생각 예찬론은 결국 나만의 방식으로 매듭짓는다.

“인생에서 승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기는 바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바둑을 후회없이 두는 것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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