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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D의 화려한 부활①]HDD, PC 넘어 클라우드와 만나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컴퓨터의 데이터 저장장치인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Hard Disk Drive)는 과연 PC 시대의 유물이 될 것인가. 통신네트워크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대중화,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인 SSD(Solid State Drive)의 부상으로 HDD는 PC와 함께 사양길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HDD와 SSD


하지만 지난 4월초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결과가 발표됐다. 세계 HDD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씨게이트(Seagate)와 WD(Western Digital)가 각각 3억달러 남짓의 순이익을 기록한 분기 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WD의 스티브 밀리건와 씨게이트의 스티브 루조, 두 경쟁사의 CEO는 동시에 불안정한 거시경제 환경에서 거둔 성과에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PC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던 HDD 업계가 거둔 예상 외의 선전에 대한 만족감의 표현이었다.

HDD 업계가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발표할 수 있던 이면엔 새로이 열린 시장의 덕을 빼놓을 수 없다. PC에 채용되는 HDD의 수요는 감소하고 있지만, 예기치 않았던 대용량 스토리지 시장이 급격히 확장되며 수요를 증가시킨 것이다.

HDD 시장 부활의 첫 요인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 중 하나로 떠오른 클라우드 서비스로 꼽힌다. 과거, 데이터의 저장과 사용은 오로지 PC를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PC를 넘어 네트워크로 연결된 안정적인 데이터 전용 저장 서비스에 개인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등장은 발달한 통신망을 이용해 사용자가 필요할 때 원하는 데이터를 꺼내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별도의 데이터 저장 솔루션을 갖출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관심이 부쩍 높아진 NAS 전용 HDD


두 번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중화를 꼽을 수 있다.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SNS인 페이스북에는 하루 평균 20억개의 이미지가 업로드 되고 있다.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모든 SNS는 단순 텍스트에서 벗어나 사진,동영상 등 대용량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매체가 되고 있다. 그래서 모든 SNS 사용자는 스마트폰, 태블릿이나 PC를 통해 만들어내는 막대한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저장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렇듯 급부상하는 SNS 서비스는 기존에 없던 데이터저장, 스토리지의 새로운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보안과 안전, 재난방지를 위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CCTV의 수요도 대용량 데이터 저장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 카메라나 비디오로 찍한 이미지나 동영상은 모두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고 서버에 저장돼야 한다. 이를 가리키는 말이네트워크 비디오 리코더(NVR, Network Video Recorder)다. 여러 대의 CCTV가 촬영하는 실시간 영상은 평소엔 보안의 사각지대를 감시하는 효과적인 보안 관리자로, 유사시엔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증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잇따르는 아동학대 범죄 등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된 것처럼 NVR의 수요는 점증하고 있다. 이는 영상을 저장할 기기로서 HDD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씨게이트의 CEO 스티브 밀리건은 이에 대해 “장기적으로 엑사바이트(Exabyte) 급의 대용량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향후 전망이 오히려 밝다”고 밝혔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SNS, NVR 시장이 과거와 다른 규모의 저장공간을 요구하고 있고, HDD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개인 차원에서 구축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의 확대도 HDD 부활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공공 클라우드(Public Cloud)의 정보 유출 사건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집집마다 설치된 고속 인터넷망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개개인의 정보를 더 안전하게 저장하는 방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요구는 NAS(Network Attached Storage) 등의 기기가 새삼 주목 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씨게이트, WD, HGST 등 주요 HDD 제조사들은 시장환경의 변화에 맞춰 다양하게 최적화된 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제품은 역시 클라우드, SNS 등에 모두 적용되는 NAS 전용 HDD이다. 주요 제조사들은 개인용 NAS에서부터 기업용 클라우드 시스템에 적합한 NAS HDD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씨게이트 ‘NAS HDD’, ‘Enterprise NAS HDD’가 대표적이다. WD 역시 ‘WD RED’, ‘WD Purple’ 등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양화된 HDD가 가장 효율적인 저장수단으로 향후에도 시장을 확대해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더욱 방대해진 데이터의 효과적인 저장과 활용 필요성이 대용량 저장장치로서 HDD에 대한 재발견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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