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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엇 ‘삼성물산 저평가’ 주장은 자신들이 주가 조작하겠다는 것”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삼성물산의 가치가 저평가 됐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이 결국 “직접 주가를 조작하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엘리엇ㆍ삼성 분쟁이 주는 교훈’ 토론회에서 “엘리엇은 벌처펀드의 선구자이고 국제 ‘알박기’ 펀드로 부를 정도로 행동주의 펀드의 극단에 있다”며 “시장가격이 잘못됐다고 얘기할 때는 누가 시장가격을 조작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건 자신들의 행동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달 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양사의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며 합병 자체를 ‘불법’이라 규정했다. 이어 법원에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삼성을 상대로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법적 근거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합병비율(1대 0.35)을 자산 기준으로 재산정하라는 요구마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국내에서)합병 비율을 정할 때에 자산가치를 사용하지 않고 시장가치만 적용하는 이유는 주식시장이 효율적이라는 전제에 입각해 있다”며 “주식가격은 자산가치만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성, 이익성 등의 여러 지표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최종 결과물이니 이것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데에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주식에 대해 투자자들이 모두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면 매입세력만 있어서 주가가 올라갔어야 한다. 그러나 주가가 앞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있으니 이들이 주식을 팔아서 값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라며 “엘리엇이 그럼에도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하려면 삼성이 어떤 힘을 발휘해 삼성물산 주가를 그렇게 오래도록 낮은 수준에 머무르도록 조작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엘리엇의 행위는 “삼성물산 주가의 저평가 주장을 통해 합병을 무산시킨 뒤,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삼성물산의 주가를 조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면서 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신 교수의 견해이다.

아울러 신 교수는 “이번 분쟁은 주주들 간에 사익을 둘러싼 분쟁처럼 비치고 있지만, 제도적인 틀과 정책 방향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이 분쟁의 결과 또한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에 국익이란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특히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국익을 고려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경영권 승계에 가장 비우호적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상법으로 1주 1의결권 원칙을 강제적으로 적용하는 나라에 포함된다. 이는 반재벌 정서와 이상향적 기업관 때문인데, 현실적 기업관으로 재벌정책을 재검토해 단기적으로 포이즌필(poison pill)처럼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항할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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