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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기원전부터 치즈 즐겨 종류만도 수천가지…건강발효식품 인기속 올‘그릭요거트’열풍
“세상은 서서히 발효의 시대로 옮겨 가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제1의 맛은 소금, 제2의 맛은 양념, 제3의 맛은 발효라며 이같이 예견한 바 있다. 실제 발효 음식은 세계적 트렌드로 대두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주류 시장의 한축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와인,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프로바이오틱스, 올해 열풍이 불고 있는 그릭요거트는 모두 발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식품들이다.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 외식산업의 성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치즈 역시 발효 식품의 한 종류다. 닐슨 컴퍼니 시장 조사에 의하면 2013년 국내 치즈 시장 규모는 31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약 20%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향후 5년간 국내 치즈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은 5.4%로 예상된다. 일반적인 식품 카테고리의 성장률이 1~2%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성장률이다. 세상은 바야흐로 치즈의 시대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태초에 치즈가 있었다

“주님께서 저를 젖과 같이 쏟으셨으며 ‘엉긴 젓(치즈)’처럼 엉기게 않으셨습니까?”

구약성서 욥기 10장 10절에는 이와 같은 구절이 나온다. 기록연대에 대한 주장은 엇갈리지만, 적어도 인류가 기원전에도 치즈를 즐겨왔다는 것은 증언해준다.

치즈가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인류가 가축을 사육하고 그 젖을 먹으면서부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지금으로부터 1만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야 치즈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가축을 사육한 민족은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이었다. 이들이 처음 만들었던 치즈는 가축의 젖에 있던 유산균이 자연적인 젖산 발효를 거치며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유목민들은 중앙아시아를 통해 유럽 대륙으로 이동했고 자연스럽게 치즈를 만드는 기술도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지금도 유럽과 중동 등지에는 고대부터 치즈를 즐겨왔던 기록이 남아 있는데, 기원전 3500년 경에 수메르인들은 이미 치즈 생산량을 점토판에 설형문자로 기록했다. 또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 ‘오딧세이아’에는 동굴에 숨은 율리시스가 외눈박이 거인이 소와 염소의 젖을 짜서 응고시키고, 등나무로 짠 바구니에 담아 두는 것을 보았다고 씌여 있다.

특히 치즈 제조 기술을 발전시킨 곳은 중세의 수도원이다. 치즈는 육식이 금지된 수사들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돼주었기 때문에, 수사들은 치즈를 만드는 일에 정성을 아끼지 않았고 품질도 최고로 인정받았다. 수도원은 전쟁과 페스트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에도 치즈 제조 기술을 보존해 후대에 전수해 주는 역할도 했다. ‘생앙드레’, ‘생알브레’, ‘생마르슬랭’ 등 많은 종류의 치즈에 기독교의 성인(聖人)을 뜻하는 ‘생(Saint)’이 붙어있는 것은 그 흔적이다. 우리나라에 치즈가 보급된 것 역시 1960년대 벨기에인인 지정환 신부가 전북 임실 지역 농가에 치즈 기술을 전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치즈 제조 기술을 끌어올린 우연한 발견

치즈의 긴 역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일화는 고대 아라비아의 ‘카나나’라는 이름을 가진 행상의 이야기다. 카나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양의 위(胃)로 물주머니를 만들어 염소젖을 채웠는데, 밤에 물주머니를 열어보니 물 같은 액체와 흰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이 덩어리의 맛이 너무 좋아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눠준 것이 치즈의 시초라는 것이다.

이 일화는 신빙성이 높지는 않지만,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 치즈를 만드는 데에는 우유나 양젖과 같은 원료 외에도 주로 양이나 송아지의 네번째 위에서 나오는 레닛(renet)이라는 응유효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레닛은 치즈제조용 우유응고, 풍미조제, 촉진제 역할을 한다. 종전까지 젖이 자연적으로 산성화돼 응고물을 얻기를 기다렸던 인류는 레닛을 발견함으로써 치즈 제조 기술을 한 차원 발전시킬 수 있었다.

치즈 제조에 필수불가결한 또 다른 요소는 스타터(starter)다. 스타터란 치즈를 만들 때 첨가하는 박테리아, 곰팡이, 효모 등의 미생물로, 일반적으로 유산균이 사용된다. 스타터는 우유 내 산성도(ph)를 감소시켜 응고가 빨리 되도록 돕고, 치즈의 수분함량을 조절하며 병원균이나 부패성 세균이 증식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원료유를 살균한 뒤 스타터와 레닛을 넣어 젤리 형태로 응고시켜 커드(curd)로 만들고, 이를 잘라 유청을 뺀 다음 소금을 더하고 숙성시키는 것이 치즈 제조의 일반적인 과정이다.

종류만 수천가지… 달리도 김정은도 사랑했네

치즈는 긴 역사만큼이나 종류도 수백에서 수천종에 이른다고 할 정도로 무척 다양하다. 원료유의 종류에 따라 우유ㆍ염소유ㆍ양유ㆍ물소유 치즈 등으로 나뉘고 지방 함량, 수분 함량, 제조 방법 등에 따라 구분법도 가지가지다.

이 가운데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만한 치즈를 몇가지 꼽아보자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방의 카망베르 마을이 원산지인 카망베르 치즈를 첫째로 들 수 있다. 프랑스에는 ‘치즈가 없는 식사는 한 눈 없는 미인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즈가 식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은데, 특히 카망베르 치즈는 나폴레옹이 즐겨먹은 것으로 유명하다. 1차 세계 대전 기간 프랑스 군대에게 지급된 결과 프랑스 대중 사이에 확고하게 자리잡았는데, 특히 예술과 문학에 다양한 영향을 줬다.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명작 ‘기억의 고집’에서 흐물흐물 흘러내리는 이미지는 이 치즈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 치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원산지인 브리 지방이 프랑스 파리에서 5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덕에 파리를 중심으로 주로 소비됐던 이 치즈가 국제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는 19세기 나폴레옹 전쟁의 사후 수습을 위해 개최됐던 빈 회의였다. 프랑스의 대표였던 탈레랑은 각 나라의 대표들에게 자국의 치즈로 경연을 벌일 것을 제안했고, 여기서 브리 치즈의 일종인 ‘브리 드 모’는 ‘치즈의 왕’이라는 칭호를 받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만화 ‘톰과 제리’를 통해 우리에게 구멍 송송 뚫린 치즈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에멘탈 치즈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치즈다. 원산지인 ‘에멘(Emmen)’ 지역의 이름을 딴 이 치즈를 만들기 위해 유럽 전체 우유 생산량의 6%가 쓰인다고 할 정도로 소비량이 높은 치즈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위스에 유학한 적이 있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에멘탈 치즈를 너무 많이 먹어 건강이 악화됐다는 설이 돌면서 새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네번째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피자를 통해 많이 먹는 모짜렐라 치즈를 들 수 있는데, 남부 이탈리아가 원산지로 원래 물소의 젖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우유로 만들어지고 있다. 치즈를 만들 때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치즈를 작은 덩어리로 절단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탈리어로 절단이란 뜻의 ‘모차투라’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자연치즈가 순수한 고기라면, 가공치즈는 소시지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소비하는 치즈의 대부분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자연치즈가 아닌 가공치즈다. 자연치즈가 원유 응고 후 자연 숙성시켜 만든 순수 100% 치즈인 반면, 가공치즈는 이러한 자연치즈에 유화제 등 각종 첨가물과 부재료를 넣어 재가공한 치즈다. 슬라이스 치즈, 큐브 치즈, 크림 치즈 등이 가공치즈의 대표적인 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연치즈가 순수한 고기라면, 가공치즈는 소시지”라는 말로 둘 사이의 차이점을 표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치즈 시장은 가공치즈 72.2%, 자연치즈 27.8%로 나뉘어져 있다. 프랑스와 미국의 경우 자연치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83.9%와 71.7%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치즈의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이다. 일본 시장의 자연치즈 비중도 60%가 넘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가공치즈의 성장은 둔화하는 대신, 자연치즈가 국내 치즈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상하치즈’로 이 분야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매일유업과 오랜 치즈 제조 역사를 지닌 임실치즈농협, 올해 첫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든 풀무원 등의 각축이 주목되는 이유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사진제공=매일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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