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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한국전쟁은 ‘자유와 평등’의 근친상간 결과물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한국 근현대소설 초판본 100선’으로 출간된 장용학의 ‘원형의 전설’은 6.25전쟁을 자유와 평등의 갈등, 즉 냉전시대의 산물로 그려낸다. 근대 이성의 뿌리인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근친상간을 통해 사생아로 등장한 것이 한국전쟁이라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이 한 배에서 나온 것과 다르지 않은데도 피투성이가 돼 싸우는 현실을 작가는 근친상간이란 알레고리로 풀어낸다. 남매지간인 오택부와 오기미의 사생아 이장을 주인공으로 세운 건 그런 설정이다. 북한 의용군이었다 국군이 된 이장의 비극적 삶은 출생과 동시에 예고된다. 그가 태어나는 걸 원치 않은 오택부는 갓난아이를 죽이려다 실패한다. 이는 추후 이장의 아버지 살해의식과 연결된다. 작가는 한국전쟁과 전후의 궁핍과 타락, 현실의 부조리와 세계의 폭력성 속에서 고투하는 주인공을 통해 실존의 의미와 가치를 날카롭게 환기시킨다. 소설 속에 일원론, 다원론 등 관념이 녹아들지 않고 유리돼 있어 빠르게 읽히진 않지만 유려한 문체가 맛있다.



원형의 전설(장용학 지음,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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