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민 라쿠텐 벤처스 매니징 파트너는 부침(浮沈)이 심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의 라쿠텐 벤처스는 지난해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과 이스라엘, 미국 지역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안 파트너는 “투자의 원칙은 간단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분야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라쿠텐 벤처스는 지난해 아시아권 스타트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과 이스라엘, 미국 지역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안세민 라쿠텐 벤처스 매니징 파트너는 “부침(浮沈)이 심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는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10억 원을 투자한 이스트몹의 ‘샌드애니웨어(Send Anywhere)’를 꼽았다. 샌드애니웨어는 별도의 로그인 없이 일회용으로 발급되는 6자리 숫자 키를 이용해 스마트폰, 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간편하게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글로벌 월간 활동 이용자는 90만 명에 달한다.
안 파트너는 “현재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업로드와 다운로드 과정 없이 바로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시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현재 스타트업계에서 돌고 있는 돈은 많은데 정작 ‘스마트 머니(smart money)’는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안 파트너는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찾으면 창업자에게 필요한 인재를 뽑고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는데만 집중하기 위해 얼마의 투자금이 필요한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애매한 투자로 인해 해당 스타트업이 성과를 내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그것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벤처캐피탈(VC)이 스타트업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돈 보다도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었던 이스트몹에 10억 원대의 비교적 큰 금액을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쿠텐 벤처스는 단순히 돈만 투자하는데 그치지 않고 창업자가 필요로 하는 기술적인 부문 등에 대한 자문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안 파트너는 “구글에서 일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 최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실리콘밸리로 집중됐던 스타트업 중심지가 전 세계 곳곳으로 분산되면서 이른바 스타트업 키(key) 도시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서울도 그 중 하나다.
안 파트너는 주요 지역의 스타트업과 시장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시장리서치에 소요한다면서 “리서치에 공을 많이 들이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Mickey(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와 직접 소통하면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출발하는 스타트업은 자본금 확보에 앞서 단기ㆍ중기ㆍ장기적인 뚜렷한 계획과 목표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의 방향성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방향성에 있어 창업자와 투자자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야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발해질수록 불거지는 버블 논란에 대해서는 “해외 투자금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로 유입되는 만큼, 국내 LP(펀드 자금 출자자)들의 해외 투자도 증가하는 방식으로 순환이 이뤄져야 몇 몇 스타트업에만 돈이 몰리는 등의 부작용과 자산 가치 정당성에 대한 논란 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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