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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부채의 新뇌관…‘울며 집사는’ 신혼부부들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 다음 달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한모(32) 씨는 최근 울며겨자먹기로 ‘내집마련’을 했다. 

주택마련에 쓸 수 있는 돈이 1억 원 가량밖에 없는데 최근 폭등한 전세값 때문에 서울에서는 만족할 만한 집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분양가가 2억4000만 원에 이르는 신혼집은 7000만 원의 실입주금만 있으면 주택담보대출로 매매가 가능했다. 

한 씨는 “2억4000만원짜리 아파트 전세는 찾을 수가 없는데, 빌라나 오피스텔은 전세가 아니라 매매 물량밖에 없다”며 “결혼 날짜가 다가오니 집을 살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 이자 갚을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사진>헤럴드DB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큰 빚을 지며 내집마련을 하는 2030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시장 동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연령대별 거주주택 담보대출금액은 20대 5000만 원, 30ㆍ40대는 5500만 원 수준이다. 

50대의 주택담보대출금액은 20대와 동일한 5000만 원이며 50대는 3300만 원에 불과했다.

과거 신혼집은 당연히 전세로 시작했던 신혼부부들이 최근 이처럼 큰 빚을 지면서까지 내집마련에 뛰어든 이유는 전세난 때문이다. 

전세 물량 자체가 거의 없는 데다, 전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대출을 받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여기에 최근 상당수의 주택판매업자들이 ‘분양가 2억 원, 실입주금 5900만 원’ 등 낮은 실입주금을 내걸고 신축빌라 매매시장을 키우면서 “대출 금리가 낮으니 이 기회에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자리잡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과도한 대출로 내집마련을 할 경우 이자 부담이 커져 가계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하우스푸어(무리한 대출로 내집마련에 성공한 후 소득이 줄어 소비할 수 있는 돈이 없어진 가구)’를 양산하게 되는 것. 

실제로 결혼준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소비를 줄였다”는 예비부부들의 게시글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한 지 2년이 갓 넘은 김모(29) 씨는 “최근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다고 통보하면서 떠밀리듯 2억 원의 대출을 받아 내집마련을 했다”며 “2년 사이에 주변 전세 시세가 너무 올라 현재 갖고 있는 전세자금으로는 부부가 살 만한 전세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지만 현재 두 사람의 월급으로는 대출이자를 갚는 게 힘들어 소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며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의 조건을 완화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이어질 경우 부동산을 보유하고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해 11월 인천에서 경매를 통해 주택 15채를 갖고 있던 일가족이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함께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조사결과 이 가족은 15채의 주택에 대해 9억 원의 근저당이 잡혀 있었고 빚에 대한 부담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신혼부부와 부동산업계에서는 금리인하보다 공공임대주택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2억~3억 원 대 주택 매매를 의뢰하는 신혼부부 상담이 최근 늘어났다”며 “상당수는 융자가 낀 주택을 서슴없이 매매하기도 해 우려가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금리를 내려 무리한 대출을 부추기기보다는 임대주택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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