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자전거 逆주행, 불법인 거 아셨습니까”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 지난 20일 밤 10시께 친구 승용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정모(29ㆍ여)씨는 사람을 치는 줄 알고 ‘악’ 소리를 질렀다. 정씨 승용차는 서울 강동구 둔촌2동에서 상일IC 방향의 동남로 3차선 도로 맨 우측 차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역주행하는 자전거가 불쑥 나타나 차량 우측을 아슬아슬 비껴 간 것이다.

도로의 가로등이 어두웠던 데다가, 승용차가 막 언덕을 올라선 터였기에 정씨 일행은 자전거를 미리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씨는 “승용차가 차선 우측으로 좀 더 붙었다면 십중팔구 큰 사고가 났을 것”이라며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그는 “인근에 캠핑장과 공원이 있는데 도로에 역주행 자전거가 많아 무척 위험하다”고 말했다.

<사진>헤럴드DB


여름철 들어 자전거 이용객이 본격 늘어나고 있지만 기본적 교통법규를 모르는 자전거 이용자가 많아 안전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반 도로에서 자동차를 마주보고 달리는 역주행 자전거다.

도로교통법 2조는 자전거를 자동차, 건설기계 등과 똑같이 차(車)로 구분하고 있다. 때문에 자전거의 도로 역주행은 엄연히 법규 위반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지만 자전거 이용자 상당수가 도로 위의 자전거를 차가 아닌 가벼운 탈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역주행 자전거에 범칙금을 부과하려는 경찰과 이에 반발하는 자전거 이용자의 실랑이도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4일 서울지방경찰청 자유게시판에 ‘자전거 타다 범칙금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한다고 소개한 김씨는 이날 운동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면서 일반 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다가 경찰에 범칙금을 물었다고 적었다.

<사진>헤럴드DB

그러나 김씨는 ‘나만 재수없이 걸린 것 아니냐’, ‘당신들 자식들은 자전거 얼마나 똑바로 타는지 꼭 보고 싶다’는 등의 내용을 올려 자전거 역주행으로 범칙금을 낸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역주행이 불법이란 점은 둘째 치더라고, 큰 사고를 자초하는 위험 행위라고 지적했다. 자전거가 자동차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면 뒤따르는 자동차는 방어운전을 할 시간적 여유가 길지만, 역주행 자전거는 자동차와 자전거 간 거리가 급격히 짧아지기 때문에 운전자가 대비할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고명수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은 “충돌 발생해도 역주행 자전거는 자동차와 마주보고 달리기 때문에 충격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가 큰 트럭 뒤를 따라가다 역주행 자전거를 뒤늦게 발견할 수도 있고, 자동차가 우회전을 할 경우 역주행 자전거는 그야말로 정면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사고를 줄이려면 자전거도 차(車)라는 인식은 자전거 이용자뿐 아니라 자동차 운전자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가 정주행을 하고 있는 자전거를 추월할 때 같은 차도 안에서 자전거를 오른쪽에 바짝 붙이고 추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추월 방식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고 연구원은 “자전거도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전거 30m 뒤에서 방향지시등을 켜고 왼쪽 차도로 이동한 다음 앞지르는 것이 ‘에프엠(FM)’”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반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것은 자동차와 똑같이 금지되며, 이를 어기다 보행자와 충돌할 경우 ‘차 대 사람’ 사고와 똑같이 처리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객이 매년 늘어나면서 자전거 교통사고 역시 2012년 3547건, 2013년 4249건, 2014년 5975건으로 급증 추세다. 같은 기간 부상자도 3680명, 4472명, 6328명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자전거 사고가 집중 발생하는 시기다.

지난해만 보면 1∼4월의 경우 한달에 170~510여건 꼴로 발생했다가 5∼10월에는 한달에 630∼720여건 꼴로 사고가 발생했다.


plat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