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말이다. 휴전선 등 최전방에서 불철주야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지켜온 대한민국 군대가 방위산업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역대 최악의 군 비리로 꼽힌 지난 1993년 ‘율곡사업 비리’에 비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이 출범 7개월째로 접어들었다.
<6·25 65년…중부전선은 지금…>한국전쟁 65주년을 앞두고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에서 육군 6사단 청성부대 장병이 GOP 초동조치 훈련으로 철책을 따라 뛰어가고 있다. |
지난해 11월 21일 수사를 시작한 이래 합수단은 육ㆍ해ㆍ공군, 방위사업청을 비롯해 이들을 둘러싼 방산업체 등에서 전방위로 비리가 이뤄졌음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10여명에 달하는 전현직 장성급들이 재판에 넘겨졌고, 전 장관급 인사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방산비리로 인해 국가가 입은 피해는 수천억에서 수조원까지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양 전 보훈처장 밤샘조사…현역 합참의장 연루 의혹=현재 주목받는 합수단 수사는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관련 비리 의혹이다. 23일 합수단은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을 밤샘 조사하고 새벽에 귀가시켰다. 합수단 출범 이후 군 출신이 아닌 전직 장관급 고위인사가 소환되기는 처음이다.
김 전 처장은 와일드캣 제작사로부터 고문료 명목 등으로 10억원대 금품을 받고, 와일드캣이 도입 기종으로 선정되도록 해군 고위층에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 전 처장은 1990년대 초부터 10여년 동안 유럽 방산업체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등 방산업계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합수단은 김 전 처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윤희(62) 현 합참의장(당시 해군 참모총장)도 조작된 시험평가 결과를 승인하는 등 이번 의혹에 연루돼 있다. 장관급 출신에 현역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까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경우 단일 건으로만 ‘율곡비리 사건’에 비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993년 율곡사업으로 시작된 최신예 전투기와 구축함 도입 과정에서 이상훈ㆍ이상구 전 국방장관과 한주석 전 공군참모총장 등 최고위층이 수천억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구속기소된 바 있다.
▶난파선 해군, 뚫리는 방탄복…곳곳서 ‘구조적 비리’=합수단은 검찰을 비롯해 국방부ㆍ경찰청ㆍ국세청ㆍ관세청ㆍ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된 110명의 대규모 인원이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
해군은 정옥근ㆍ황기철 전 참모총장을 비롯해 수십여명의 장성과 영관급들이 재판에 넘겨지는 등 ‘방산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무용지물’ 논란을 일으키며 전면적인 군납 비리 수사의 도화선이 됐던 통영함의 경우 납품된 음파 탐지기는 1970년대 모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통영함 납품비리와 관련 황 전 참모총장과 전ㆍ현직 해군장교 9명, 납품업체 대표 및 직원 3명, 해군장교 출신 브로커 2명 등 총 14명이 이미 재판에 넘겨졌고, 전날에도 예비역 해군 대령이자 군수업자 이모(56)씨와 현역 대령 변모(51)씨를 구속기소됐다.
여기에 ‘뚫리는 방탄복’도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2010~2012년 세 차례에 걸쳐 특전사에 납품된 방탄복은 북한의 AK-74 소총에 관통되는 것으로 합수단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방산 전문가들은 “군 출신 인사들의 방위사업체 재취업과 전관예우 문화 등 대한민국 군대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되풀이되는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