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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병원 개혁, 삼성서울병원에 그칠 일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사태가 수습되는대로 병원 개혁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병원쇄신위원회를 구성해 위기관리시스템과 응급 진료시스템을 혁신하고, 메르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삼성그룹의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사과를 위해 공식석상에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체가 이번 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 들인다는 의미다.

‘삼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어찌보면 정부보다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최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민적 자부심 역시 대단하다. 그런 삼성 그룹이 운영하는 병원이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가 됐다는 사실은 국민들로서는 믿기 어려운 충격이었다. 응급실에서 대량 3차 감염이 시작됐고, 부실한 보호장구로 의료진은 물론 이송 요원까지 무차별적으로 감염이 된 점 등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추적 조사와 격리 대상 관리 등에서 보인 허술함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감염자 속출 역시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잘못해도 삼성만은 빈틈없이 대처해줄 것이란 믿음은 이렇게 깨지고 말았다.

삼성은 이번 사태가 초일류 지상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낳은 폐해일 수 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최고의 대우로 의료진이 환자보다 유명세에 치중하다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은 삼성 내부에서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30초 정도의 문진으로 하루 수백명의 환자를 봐야하는 현실에서 삼성다운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했다.

서울삼성병원은 이번 사태를 철저히 반면교사로 삼아 명실상부한 최고 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응급실 진료체계 전면 개혁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설립 당시 내세운 ‘최선의 진료’에 방점을 두고 환자 진찰과 관리, 대응에 최선을 다하는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 특히 이 부회장도 다짐했던 감염질환의 백신개발로 인류보건증진에 기여하는 공익성 증진은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

병원에 대한 개혁은 삼성서울병원에 국한해선 안된다.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가 공교롭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바람에 감염 진원지가 되었을 뿐 다른 대형병원 역시 별로 다를 게 없다. 규모와 명성의 경쟁을 지양하고 사명감에 충실하고, 고품질 의료 환경을 갖추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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