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지갑 안 여는 한국, 획기적 소비진작 방안 나와야
국민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제 수치로 증명됐다. 우선 가계에 쌓인 여윳돈 규모가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3월 간 가계가 추가로 진 빚은 14조1727억원이나, 모아 둔 돈은 43조7232억원에 이른다. 30조원에 육박하는 돈이 경제활동에 흘러들지 않고 가계에 고여있다는 얘기다. 일반국민과 기업 등이 쓰고 남은 돈 가운데 저축한 비율을 나타내는 총저축률도 36.5%로 17년만에 가장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자금순환’에 드러난 수치들이 그렇다.

돈이 있어도 선뜻 쓰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증거다. 경기 침체는 장기화되는 모습이고, 일자리 불안과 소득증가율 둔화 등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주 요인들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소비 억제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있다. 가계가 소비를 기피할수록 경기는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럴수록 소비를 적극 유도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잃어버린 20년’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장기 불황의 고통을 겪은 일본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최근 일본에선 자녀나 손자(녀)에게 최대 2500만엔(약 2억2300만원)까지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는 소비진작 대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결혼 육아 자금으로 1000만엔, 교육 자금으로 1500만엔까지 세금없이 쓸수 있다. 이 돈으로 결혼비용은 물론 주거비, 학업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지출토록해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다만 제도 운영 시한인 2019년까지 다 쓰지 못한 돈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받은 돈은 한푼도 남기지 말라는 것이다. 꼭 이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가계지출을 늘릴 수 있는 세제 감면 방안을 우리도 마련해야 한다.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아무래도 기업들이 돈을 더 풀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저축률은 2013년 기준 21.5%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상위 20%에 속하는 기업의 현금성 자산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이익이 금고에 들어가고 투자로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결코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적극 투자에 나서기에는 경기가 받쳐주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기업들이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고용이 늘고 소득이 증가해 소비가 촉진되는 경제 선순환이 가능하다. 기업이 투자에 의욕을 갖도록 여러 규제를 개선하는 건 필수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