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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창작의 비밀은 노트 120권… ‘조선왕조실록’의 박시백 화백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독자 한 분이 제가 쓴 ‘조선왕조실록’ 20권을 다 읽고 표기가 틀린 한자들을 모두 정리해서 보내주셨어요. 엄청 많더라고요.”

‘조선왕조실록’을 저본으로 한 만화 ‘조선왕조실록’(전20권ㆍ휴머니스트)의 전면 개정판을 낸 박시백(52) 화백은 이번에 바로 잡은 200여 군데를 설명하면서 멋쩍게 웃었다. 10년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정보들이 드러나고 독자들의 제보와 지적을 바탕으로 오류를 수정한 이번 개정판은 내용 수정이 47곳이며, 얼굴과 복식을 고친 게 많다. 2002년 집필을 시작해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조선왕조실록’은 방대한 분량의 정사를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게 만화로 재탄생시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판매부수는 300만부에 이른다.


신문사 시사 만평을 연재하던 중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박 화백은 2002년 완역된 ‘조선왕조실록’의 보급용 CD를 접하곤 자신감이 들었다. 바로 습작에 들어가 100 컷 정도를 그려 출판사 5곳에 보낼 준비를 마쳤다. 그 때 지인의 소개로 출판사 휴머니스트와 연결돼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아침 8시부터 오후 5,6시까지 동네 독서실에 출퇴근했다.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공부하고 정리하고 구상하고 밑그림까지 완성한 뒤, 집에 와서 만화를 그리는 식이었지요.”

박 화백은 ‘조선왕조실록’을 공부하면서 왕의 순서대로 날짜별로 노트에 다시 정리했다. 그렇게 정리한 별도의 노트가 120권에 이른다. 그는 이 노트를 버리기 아까워 이번에 연표로 정리해 단행본으로 냈다.

그는 2000년대 초 만해도 역사책이 야사와 정사가 뒤섞여 정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조선사는 한 흐름으로 파악해야 앞 뒤 맥락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요. 작업을 하면서 제대로 소개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더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중반을 넘어서면서 점점 글이 많아졌어요.”

박 화백은 역사 속 수많은 인물과 사건들을 접하면서 군주의 자질에 대해서도 나름 견해가 생겼다.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삶을 낫게 하는 이상을 실현하려면 권력을 강화하는 기술, 솜씨가 필요해요. 그런 면에서 세종대왕은 탁월했죠.”

역사를 콘텐츠로 다룰 때 주의할 점도 들려줬다. 개인의 회고록에 기초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정사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 ‘징비록’의 경우가 그렇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특히 70년대 유행한 만화 ‘바벨2세’ ‘주먹대장’ ’요철발명왕‘ 등에 매료됐다. 중학생 시절엔 종이를 제본해 200쪽 짜리 장편만화 ‘번개소년’을 그린 적도 있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 교내 대자보에 그린 만화가 반응이 좋아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곧 새 작업에 들어간다. ’조선왕조실록‘ 후속편 격으로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강점기를 엮어낼 예정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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