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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반기 결산-방송② 드라마] 현빈은 울었고, 임성한은 떠났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상반기 드라마 시장은 지지부진했다. 대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은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아울러도 등장하지 않았다. 주중 미니시리즈의 최고 시청률은 10% 초반대에 불과했으며, 톱스타를 캐스팅한 막강한 물량공세를 퍼부어도 3~5%가 고작이었다.

일일드라마로 넘어가면 2015년 상반기 최고의 이슈는 ‘막장드라마의 대모’ 임성한 작가 은퇴 정도로 요약된다.

▶ 지상파 드라마 하향평준화…현빈도 울었다=올 상반기 드라마 시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진을 이어받았다. 검증된 톱스타 현빈도 힘을 못 썼다. 평일 밤 10시 지상파 방송3사 미니시리즈는 최고 1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에 그쳤다.

상반기 그나마 주목받은 드라마는 지상파 방송3사의 MBC ‘킬미 힐미’,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SBS ‘펀치’와 ‘풍문으로 들었소’로 압축할 수 있다. 케이블 채널과 JTBC에선 시청률도 화제성도 만족시킬 만한 작품은 등장하지 않았다.

MBC ‘킬미 힐미’는 비슷한 시기 브라운관에 불어닥친 다중인격 소재로 출격, 배우 지성의 1인 7역으로 빛을 발한 드라마다. 현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SBS ‘하이드 지킬, 나’와 동시간대 맞붙었던 이 작품은 캐스팅 난항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시작했으나 비슷한 소재와 막강한 스타파워를 지닌 경쟁작을 제치며 왕좌를 거머쥐게 됐다.

20대 남자 한류스타가 주인공이 된 드라마들이 우후죽순 쏟아질 때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김혜자 채시라 도지원 등이 주축이 돼 엄마이자 딸인 이 시대 여자들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얻었다. 10% 초반대의 시청률을 유지, 올 상반기 KBS 주중 미니시리즈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다.

SBS엔 묵직한 이야기를 담은 ‘펀치’와 뒤이어 방영된 ‘풍문으로 들었소’가 사랑받았다. 쌓이면 쌓일수록 부패하는 권력자들의 민낯을 그린 ‘펀치’는 최고 14.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고,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의 속물근성을 낱낱이 까발린 ‘풍문으로 들었고’ 역시 24부를 10% 초반(최고 12.8%)대를 유지하며 선방했다. 

▶ 저무는 막장시대? 임성한 작가 은퇴=“드라마는 10편까지만 쓸 계획이었다. 원없이 썼다”며 임성한 작가는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5월 종영한 MBC ‘압구정 백야’가 마지막이다.

임성한 작가는 1998년 첫 방송된 ‘보고 또 보고’(MBC) 이후 매년 한 편씩 꾸준히 써왔다. 지난해 종영한 ‘오로라공주’(MBC)만이 남편 손문권 PD의 자살로 2년의 공백기가 생긴 작품이었다. 첫 장편 ‘보고 또 보고’ 이후 ‘온달 왕자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까지 임 작가의 작품은 소위 ‘욕드’(욕하면서 보는 드라마)ㆍ‘복드’(복장 터져도 보는 드라마)의 대명사로 불렸다.

“자극적인 소재와 무리한 설정, 드라마의 기본적인 개연성을 무시한 전개로 홈드라마를 막장드라마와 동의어로 만든 장본인”(김선영 TV평론가)으로,“주부들의 욕망과 관심사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며 우리나라 드라마를 통속적이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이 같은 설정을 보편화한 작가”(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다.

임성한 작가 시대는 막을 내렸으나, 임 작가의 은퇴가 한국드라마 막장 시대의 종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각사의 아침 저녁 일일드라마는 막장 무법지대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단적인 폐혜로 방송사 관계자들은 막장드라마의 편성을 꼽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막장극의 퇴출은 불가능하다.

다만 임 작가의 은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사전 고지한 장근수 MBC 드라마본부장은 ‘압구정백야’ 의견진술 당시 “막장 드라마를 한다고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생각도 이제 하지 않는다. 또한 막장 드라마엔 광고가 잘 붙지 않는다”며 “(막장드라마에) 한계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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