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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하지(夏至)와 가뭄
가뭄이 심하다. 중부지방 피해가 크다. 충주댐, 소양강댐은 바닥을 드러냈다. 갈라진 땅은 농심(農心)이다.

22일, 오늘은 24절기 중 열번째인 ‘하지(夏至)’다. 우리나라처럼 북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긴 날이다. 무려 14시간35분이다. 정오 때의 태양 높이가 가장 높고, 일사량도 가장 많다. 이 열이 쌓여 하지 이후로는 몹시 더워진다.

보통 하지 이후 본격적인 장마도 시작된다.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다.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이다. 요즘 같은 가뭄에 반갑기 짝이 없는 속담이다.

우리 조상들은 하지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이날 비가 오지 않으면 농부들은 곧바로 손을 쓰기 시작했다. 바로 기우제(祈雨祭)다. 하지 이후 이렇게 기우제를 서두른다는 건 그만큼 하지 무렵까지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즉 하지 때까지의 가뭄은 특이현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가뭄은 정도가 심하다. 호수가 바닥을 드러냈고, 그 바닥은 쩍쩍 갈라졌다. 역사서에 나타난 가뭄을 분석해 ‘124년 대가뭄 주기설’을 얘기하는 학자도 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 모두 사면초가다. 농(農)은 가뭄 때문에 한 걱정이고, 공상(工商)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사(士)는 이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머리를 싸맸다.

예전 기우제는 무턱대고 기도하는 수준이었다. 비가 올 때까지 빌어 성공율이 100%라는 인디언 기우제는 긍정 마인드이긴 하나, 실질적 도움은 안되는 레토릭일 뿐이다. 체계적인 장기 대응책으로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의 물을 옮겨서 이용하는 방안’, ‘하수 재활용’, ‘재배 농작물 변경’ 등이 거론된다. 논리를 갖춘 현대식 기우제인 셈이다.

김필수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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