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현경 맘다방]여왕 대접받는 마지막 기회…임신은‘벼슬’입니다
친한 친구가 임신을 했습니다. 무거워진 몸으로 일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니 과거의 제 모습이 떠올라 남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를 알기에 마냥 해맑게 축하해줄 수만은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랄까요.

여성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달랐던 옛날, “임신이 벼슬이냐”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임신부때문에 뭔가 불편을 겪었을 때 혹은 별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일 수 있지만 듣는 임신부 입장에서는 서러운 말입니다.

이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임신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임신은 벼슬입니다”.

임신을 하는 순간 여자는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나’에서 ‘엄마’가 되고 내 안의 또 다른 생명체가 나를 조종하게 됩니다. 

혹시 아기가 잘못될까 매 순간순간은 살얼음판이 됩니다. 뛰어다니던 길도 여기저기 살피며 천천히 걷게 되고, 즐겨 신던 하이힐도 운동화로 바뀝니다.

파마나 염색, 매니큐어도 못합니다. 입에 달고 살던 커피나 매운 음식도 멀리 하게 되고요.

입덧이 시작되면 간절하게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구역질은 옵션이고요.

미안한 마음에 몇번을 고민하다 남편에게 먹고 싶은 걸 사다달라고 했는데 막상 사왔을 때 못 먹으면 또 미안해지고…. 수고한 남편도 속상하겠지만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겁니다.

배가 점점 나오면서 맞는 옷이 없어지는 것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내 몸이 마치 풍선이 된 것처럼 날마다 부풀어오르는 것을 보는 것은 신기하면서도 우울한 일입니다. 몸이 붓고 살이 터지고 점점 안 예뻐지는 내 모습이 슬퍼집니다. ‘임신 전에는 그래도 꾸미면 처녀로 보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누가 봐도 아줌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집니다.

만삭이 되면 정말로 고개를 숙여도 발이 안 보입니다. 옷을 입기도 신발을 신기도 버거워지고요.

누워 있는 것도 힘들고 숨이 차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합니다.

물론 임신은 축복이고 아기가 생긴다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쁘고 감사한 마음과 별개로 남편도 친구도 그대로인데 나만 격변을 겪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남편들도 힘들고, 노력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은 특수상황인 만큼 아내를 더 배려해 주시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D라인도 아름답다고 말해주세요.

아내에게는 임신 기간이 그나마 여왕 대접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가 왕이 되니까요.

아빠들은 임신 때만 여왕 대접 해줘도 평생 왕 대접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험 든다 생각하고 잘해주시기 바랍니다.

엄마들은 미안해하거나 눈치보지 말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