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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 정형돈, 알고 보면 ‘만능’이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한 6~7년전에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유재석과 정형돈은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둘 다 제작자 마인드가 있다. 유재석과는 공동 연출을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성희성 PD도 “정형돈은 프로그램의 조미료를 치고, 셰프들의 캐릭터를 만들어준다. 정형돈은 단순한 음식 대결 프로그램을 버라이어티 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두 PD가 정형돈에 대해 이야기한 걸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PD 마인드다. 자신은 확실하게 웃기는 포인트를 잡지 못하던 시절에도 상대를 보고 전체를 보는 눈이 있었나 보다.

정형돈의 PD 마인드는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최현석 셰프는 MBC ‘다큐스페셜‘에서 “정형돈이 허세라고 불러줘 캐릭터를 만들어주면서 엄청나게 섭외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정형돈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정창욱 세프에게는 ‘맛깡패’, 탈락하는 것도 아닌데 대결만 하면 긴장하는 박준우 기자에게는 ‘털그래’ 등의 캐릭터를 각각 부여해주기도 했다.

정형돈은 케이블 장수 프로그램인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에서 데프콘과 함께 아이돌 가수들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하는 “정형돈은 데프콘과 지드래곤, 신입 셰프들, 아이돌을 키웠다”고 말했다.

정형돈은 ‘무한도전’에서 가장 옷을 못입는, 은갈치색 양복만 줄창 입고 다니면서, 옷 하나 걸치기만 하면 “지드래곤 보고있나”라고 말하고는 케이블 TV의 패션 전문프로그램 MC를 꿰차기도 했다.

정형돈은 운동을 잘할 몸매가 아닌 것 같은데도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축구와 테니스를 하는 걸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운동신경이좋은 것 같았다. 족구도 기복은 있었지만 제법 잘했다. 정형돈은 데프콘과 음반을 내고 크게 성공시켰다. 정형돈은 ‘개그’ 하나 빼놓고는 거의 만능이다. 이제는 웃기는 것도 잘한다.

정형돈은 유재석, 김구라, 이경규, 강호동 등과는 다른 스타일을 개발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김성주와 환상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정형돈은 박명수나 이휘재, 노홍철 등과 함께 진행을 맡았을 때와는달라진 모습이다. 성희성 PD는 “김성주가 프로그램 전체를 포괄하는 엔진이라면, 정형돈은 엔진의 윤할유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정형돈의 차별화된 웃음끼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정형돈의 결혼식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정형돈은 주례 없는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에 그의 부친이 큰 활약(?)을 했다.

정형돈 아버지는 하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구수한 경상도말로 “우리 며느리 예쁘죠”라고 한 후 양복 안주머니에서 자신이 볼펜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쓴 메모지를 꺼냈다. 그런데 메모지 뒷면이 시골에서 많이 보이는, 숫자가 크게 씌여진 그 달력이었다. 아라비아 숫자를 본 하객들이 순간 빵 터졌다. 그렇게 웃기지는 않았지만 묘한 페이소스가 흐르는, 그 구수한 분위기는 하객들에게도 좋은 느낌을 주었다. 정형돈은 아버지에게 그런 분위기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형돈만의 독특한 예능 스타일과 분위기가 만들어질 토양이 형성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건 물론 기자의 생각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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