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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에세이] 최악 가뭄에 바닥 드러낸 소양강댐
[헤럴드경제=박해묵 기자] 1973년 전국 단위 관측이 시작된 이래 42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소양강댐을 찾았습니다. 댐 관계자에 따르면 소양강댐 최저 수위는 1978년 6월24일에 기록한 해발 151.93m라고 합니다. 17일 현재 수위는 해발 152.31m. 역대 최저치에 거의 근접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얕아진 수심으로 인해 소양강은 유람선이 다니기 힘들고 강바닥의 자갈이 보일 정도로 사정이 나빠졌습니다.

소양강댐의 상류 쪽으로 올라가보니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소양강댐 건설 이후 물에 잠겨 볼 수 없었던 강원도 인제 하수내리의 수몰 마을터에 성황당 매차나무 윗가지가 남루한 모습으로 강 가운데 홀로 서 있습니다. 성황당 매차나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78년 가뭄 이후 38년만이라고 합니다. 강가로 내려가 보니 강 바닥은 꾸덕꾸덕한 느낌으로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습니다. 물새 소리와 날아다니는 벌레 소리 뿐, 고요합니다. 갈라진 바닥 위로 홀로 있는 배마저 을씨년스럽습니다. 수몰되었던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추억에 젖을 수 있겠지만 38년만에 나타난 성황당 나무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소양강댐이 굳게 닫혀 있다. 물로 가득해야 할 강은 실개천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인제 하수내리의 성황당 나무. 38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지만은 않다.

좀 더 상류쪽으로 올라가 인제 38대교 부근을 찾으니 역시 강물이 실개천으로 변해 있습니다. 넓은 강폭에 비해 흐르는 물의 양은 미미합니다. 물이 흐르면서 강바닥에 기하학적인 선들을 만듭니다. 평소같으면 아름답다고 말할 것 같은데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인근 산골 주민들은 강물은 쓰지도 못하고, 산에서 받아 쓰던 물도 엊그제부터 안 나온다며 걱정합니다.

인제38대교에서 본 소양강 상류. 얕게 흐르는 물이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아름답지만은 않다.
인제38대교에서 본 소양강 상류. 얕게 흐르는 물이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아름답지만은 않다.
인제38대교에서 본 소양강 상류. 얕게 흐르는 물이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아름답지만은 않다.
인제38대교에서 본 소양강 상류. 얕게 흐르는 물이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아름답지만은 않다.

다시 발길을 돌려 경기 여주에 위치한 이포보를 찾았습니다. 딴 세상입니다. 1-2시간 거리의 소양강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듯 물이 보에 찰랑거립니다. 가뭄과 홍수 예방을 위해 건설했다는 4대강 16개 보에는 물이 넘칩니다. 하지만 이런 극심한 가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서울로 향합니다. 경기 지방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강원, 충청 지방에도 적당한 양의 비가 와서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까 갈라졌던 강바닥 사이로 홀로 피어있던 새싹이 생각납니다. 희망은 역시 잃는 게 아닙니다.

갈라진 소양강 바닥 사이로 이름 모를 잡초가 힘겹게 피어 있다.
말라버린 소양강 바닥. 마치 모자이크처럼 말라버린 강바닥이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말라버린 소양강 바닥. 마치 모자이크처럼 말라버린 강바닥이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이포보는 평화스럽다.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웃음꽃이 핀다. 1-2시간 거리의 소양강 풍경과는 천지 차이다.

/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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