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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부터 57회 사법시험 2차시험>“곧 폐지되지만…난 꿈많은 司試 준비생”
낮엔 아르바이트 밤엔 열공…식사후 담배 한개비가 유일 후식
완전 폐지까지 2년 시한부 낙담…“그래도 꿈까지 포기할 순 없죠”



#. 박희수(29ㆍ가명) 씨는 올해로 3년째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이다.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박 씨는 낮엔 일을, 밤엔 공부를 하고 있다. 중국집 배달부터 학원강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바쁜 일 때문에 아침이나 점심식사는 거르기 일쑤고, 저녁에만 인근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2500원짜리 정식을 사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피우는 담배 한 개비가 유일한 후식이자 즐거움이다. 그렇게 아껴도 어머니 약값이나 인터넷 강의, 책값을 대고 나면 손에 쥐는 건 50만원 남짓. 한 달을 버티기엔 빠듯하다고 했다.


이런 박 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박탈감이다. 그가 준비 중인 사법시험 1차시험은 내년을 끝으로 사라진다. 2ㆍ3차시험까지 합쳐도 2017년이면 완전 폐지된다. 지방 전문대를 나온 박 씨는 사법시험이야말로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 힘이 빠진다”면서 “사법시험이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오는 24일부터 나흘 간 치러지는 제 57회 사법시험 2차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고시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폐지까지 2년밖에 안 남은 시한부라는 사실은 사법시험 합격만 바라보고 달려온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또 선발인원이 올해부터 2017년까지 150명, 100명, 50명으로 감소될 예정이어서 바늘구멍을 뚫으려는 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고시생들은 사법시험이야말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학비가 연 1000만원을 훌쩍 넘는 로스쿨이 유일한 법조인 양성제도가 되면 소득계층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씨는 “사법시험은 한 달에 50만원으로도 공부할 수 있는 시험”이라면서 “가난하다고 해서 꿈조차 가난해야 하나. 있는 집 자식만 판ㆍ검사를 해야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서 만난 5년차 ‘장수생’ 김모(30) 씨는 “주변에서 고시 준비를 접고 로스쿨에 가는 사람들을 보면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한때 로스쿨을 알아보긴 했지만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포기했다”면서 “집안 사정이 넉넉하진 않지만 사회적 배려 대상자도 아니어서, 집에 또다시 손을 벌려야 되는데 차마 그럴 순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고시생들 상당수는 이런 절박한 마음을 호소하기도 어려워하고 있다.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공부에 ‘올인’한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사치처럼 느껴진다는 것. 사법시험 존치 관련 공청회, 토론회에 참석해 입장을 전달할 여유나 짬도 없다는 게 고시생들의 얘기다. 그나마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청원 서명운동’이 이뤄지면서 고시생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1000명 목표에 현재까지 600여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고시생들은 사법시험 존치 법안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엔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 등이 발의한 사법시험 존치 관련 법안이 5건 계류돼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보는 고시생도 적지 않다. 김 씨는 “메르스나 각종 현안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사법시험 존치 법안에 관심을 갖겠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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