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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감·생활불편에 ‘왕따 될라’…자가격리자 3중고
18일 현재 6700명 넘어서…커뮤니티엔 미확인 소문무성
일부동네는 요주의 리스트도



지난 주 초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을 방문했다 자가격리된 A(26ㆍ여) 씨의 가족들은 최근 걱정이 늘었다. 종종 연락하는 지역주민들을 통해 “우리 동네에 메르스 자가격리자가 있다”는 소문이 거주지 주변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A씨는 “우리 가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주거지를 이탈한 자가격리자에 대한 비난수위가 높아지면서, 자가격리자들의 한숨도 늘어나고 있다. 집에 갇혀 살면서 겪는 생활불편과 심적 불안감은 물론, 2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나도 인근 지역주민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열이 나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도 이를 숨기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자가격리자는 보건소 공무원에 의해 1대 1 전담관리를 받고 있지만, 18일 전국적으로 자가격리자가 6700명을 넘어서면서 무단이탈하는 자가격리자도 크게 늘고 있다.

1대 1 전담관리는 각 자치구의 보건소 직원이 자가격리자에게 1대 1로 배정돼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해 생필품 등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격리자들 입장에서는 해당 공무원이 자택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현재 자가격리 상태인 A씨는 “약간의 미열증상이 있었지만 문제가 생겨 메르스 검사를 하게 될 경우 방진복을 입은 사람이 집 근처로 오게 될 것 같아 우려된다”며 “주변사람들의 시선때문에 보건소에서도 열이 37.5도 이상으로 크게 오르지 않으면 섣불리 메르스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자가격리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 해당 병원과 자가격리자의 주소지 등을 상호 교환하면서 이른바 ‘메르스 요주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동에 자가격리자가 있다”며 정보를 공유하고, “해당 지역 인근에 가지 않도록 조심하자”고 말하는 등 자체적으로 지역사회의 자가격리자를 물색하는 중이다. 이런 방식은 자가격리자들을 자칫 더 큰 위험으로 몰아갈 수 있다. 격리 중 증상이 발생해도 이를 숨기거나 직장 등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 무단이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오히려 지역사회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를 양산하는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자택격리 대상자 중 일부의 신상정보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뒤늦게 삭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해당 정보에는 자가격리자의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과 주소 등이 노출됐다.

자가격리자 B씨는 “한 번 자가격리자로 낙인이 찍히면, 증상이 없어 해지된 경우에도 왕따 신세가 될 수 있다”며 “확진이나 의심환자가 아닌 단순 자가격리자에 대해서는 신상정보 등이 유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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