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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한달] 힘들어지는 투석환자들…“관내 병·의원에서 퇴짜…투석 못 받을 뻔”
-감염 우려에 메르스 노출ㆍ경유병원 환자 안받아
-일반 감기 환자도 꺼려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지난 11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경유병원으로 알려지면서 폐쇄한 모 병원은 당시 혈액투석 환자 20여명이 진료를 받고 있었다. 이들 환자들은 갑작스런 폐쇄에 당장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주 3회 가량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지 않을 경우 바로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서울 소재 모 대형병원에서 투석을 받기 시작한 이모(35) 씨는 그나마 가까운 병원에서 투석을 받고 있다. 3년 전부터 당뇨 합병증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던 이 씨는 당시 자가격리 상태였고, 통원이 더 힘들 것이라는 의료진의 판단으로 이 대형병원 음압병실에 입원해 투석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11일 폐쇄 결정 이후 관할 구내 병ㆍ의원을 접촉했으나, 폐쇄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얘기에 모두 퇴짜를 놓았다. 결국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관할 보건소를 통해 지금의 병원을 소개받았다.

메르스 노출ㆍ경유 병원을 다녔던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감염을 우려해 일반 감기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꺼리는 병원들도 나오고 있어 환자들의 심적, 육체적 고통을 더하고 있다.

통상 혈액투석 환자의 경우 2~3일에 한번씩 투석을 받아야 한다. 혈액투석이 이뤄지는 인공신장실은 여러 개의 침대가 좁은 간격으로 놓여 있어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투석 기관들에서 환자들을 받기 꺼리는 이유다.


[사진출처=123RF]

일부 대형 병원들이 인공신장실을 폐쇄하지 않고 정상 운영하는 것도 혈액투석 환경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것이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의료기관들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 씨가 입원하던 13일에는 전담 간호사의 안내로 일반 환자들과 분리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병실로 이동했다. 독립된 병실에서 철저히 방역이 이뤄진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는 만큼 병원 입장에서는 일반 환자의 진료보다 절차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병원들이 환자 받기를 꺼리는 것은 무엇보다 아직 최대 잠복기 14일이 지나지 않아 감염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이 병원이 폐쇄되면서 진료를 받을 곳이 없는 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환자들의 생명까지 위태로워 질 수 있는 상황이다. 별도 인공신장실을 확보하는 등 당장 대안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 병원 환자들에 대한 메르스 감염 검사를 병행해 투석을 받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는 비단 메르스 노출ㆍ경유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네 병의원에서는 일반 감기 환자도 진료 받기가 쉽지 않다. 병원들이 지레 감염을 우려해 진료를 하지 않거나 아예 휴진하는 경우도 있어 환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17일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의 진료거부 시 의료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힌 것에 대해 원칙적 측면의 발표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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