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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NO!”…‘메르스 국민’ 오명에 해외휴가ㆍ출장 거부 속출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한국이 메르스 창궐 국가로 낙인찍히면서 해외 곳곳에서 우려됐던 ‘한국인 기피증’이 현실화되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해외 여행을 계획한 이들이 숙소 예약을 거부당하고 비즈니스를 위한 출장을 포기하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메르스 확산 여파가 국경을 넘으면서 한국인 여행객들이 ‘잠재적 메르스 운반자’로 취급당하는 셈이다.

오는 24일 캐나다 토론토로 여행을 떠날 예정인 장다솜(여ㆍ23) 씨는 여행 준비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해외 각국에서 한국을 메르스 위험지역으로 판단하고 한국여행에 대해 경보 수준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17일 마스크를 하고 인천공항을 나가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현지에서 저렴하게 단기간 머물 수 있는 민박집을 구하다가 집주인으로부터 “한국인이면 메르스 때문에 안 될 것 같다”는 답을 들은 것. 장씨는 결국 10만원 가량의 비용을 더해 호스텔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장씨는 “해외에서도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며 “여행을 망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메르스 탓에 일방적으로 해외 왕복 항공편이 취소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학생 박모(여ㆍ24) 씨는 다음달 27일 대만 타이페이로 떠나는 대만 국적기 중화항공의 항공편을 예약했다.

그러나 항공사는 지난 12일 갑작스럽게 ‘메르스 여파로 임시 운항중단을 결정했다’는 공지를 띄웠다. 박씨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니 황당하기만 하다”며 “항공사에서 후속 조치를 공지하지 않아 숙소 예약 등 아무 계획도 못 짜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중화항공은 한국행 항공편의 좌석 예약률이 현저히 낮아져 불가피하게 임시 운항중단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해외 각국에서 한국을 메르스 위험지역으로 판단하고 한국여행에 대해 경보 수준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17일 마스크를 하고 인천공항을 나가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본격적인 휴가철이 코앞이지만 메르스 여파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어 이같은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비즈니스를 위한 출장을 어쩔수 없이 미루게 된 사업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한 국내 기업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 출장 계획을 취소했다. 현지 업체가 출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데다 싱가포르 당국이 한국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출장을 가봐야 하루종일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인 유학생과 교환학생들이 해외 대학의 가을학기 개강에 맞춰 출국할 시기도 다가오면서 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화권 국가를 중심으로 방한시 사전에 신고할 것을 주문하는 등 한국인 유학생에 대한 통제에 나서는 대학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형성은 해외 현지 여론조사 등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최근 홍콩 언론 봉황망(鳳凰網)이 중국ㆍ홍콩 네티즌 12만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9.11%가“한국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과 관계자는 “한국 소식이 실시간으로 해외 언론에 번역돼 보도되는 등, 해외 현지에 불안감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극적으로 ‘한국은 안전하다’라고 홍보하고 나서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를 통해 한국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는 데 초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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