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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숙 표절 의혹 눈덩이, ’엄마를 부탁해‘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소설가 신경숙이 1996년 발표한 단편 ‘전설’의 한 부분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흡사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네티즌들 사이에 신경숙의 다른 작품에 대한 표절 의혹 제기가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신경숙의 초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의 “모녀 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25페이지)가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 첫문장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를 변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설가 겸 시인인 이응준씨는 지난 16일 한 온라인 매체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신경숙의 ‘오래전 집을 떠날 때’ 가운데 수록된 단편 ‘전설’의 한 대목(240~241쪽)이 유키오 작품의 구절을 그대로 따온 표절이라고 주장하며 파장을몰고 왔다. 


이 씨가 나란히 놓고 비교한 미시마의 단편 ‘우국’(1983)과 신씨의 소설 ‘전설’(1994) 중 4~6개 문장은 놀랄만큼 비슷하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우국, 연회는 끝나고’ 233쪽. 김후란 옮김. 주우세계문학전집. 1983년 발행)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

이 씨는 이는 “한 소설가가 ‘어떤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을 자신의 소설 속에서 설명하거나 표현하기 위해 ‘소설이 아닌 문건자료’의 내용을 ‘소설적 지문(地文)’이라든가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활용하는 등’의 이른바 ‘소설화(小說化) 작업’의 결과가 절대 아니다.“며, ” 저것은 순전히 ‘다른 소설가’의 저작권이 엄연한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붙인 다음 슬쩍 어설픈 무늬를 그려 넣어 위장하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특히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김후란 시인의 번역을 들어, “이러한 언어조합은 가령, ‘추억의 속도’ 같은 지극히 시적 표현으로서 누군가 어디에서 우연히 보고 들은 것을 실수로 적어서는 결코 발화될 수 없는 차원의, 그러니까 의식적으로 도용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신 작가는 종종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지난 1999년 발표한 소설 ‘딸기밭’의 일부가 91년 숨진 재미 유학생 안승준씨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삶과 꿈)에 실린 아버지 안창식씨의 글을 차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문학평론가 박철화 중앙대 교수는 작가세계 99년 가을호에 실은 글 ‘여성성의 글쓰기, 대화와 성숙으로’에서 신씨의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 ‘작별인사’가 각각 프랑스 소설가 파트릭 모디아노와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의 문장과모티브,분위기를 표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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