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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속 깨진‘메르스 통설’…잠복기 외국선 최대 6주 사례도
감염력 최대 0.8명?→한국선 70명까지 감염
사망자 대부분 기저질환?→지병없어도 사망
최대잠복기 14일?→노출 2주 후 확진 판정
2m이내 1시간 접촉?→10분 접촉으로 감염
4차감염 세계적 사례 없다?→벌써 5명 발생



치사율이 40%에 달한다, 한 사람이 최대 0.6~0,8명 감염시킨다, 최대 잠복기는 14일이다,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에 걸려도 독감 수준으로 앓고 지나간다, 젊은 사람이나 어린아이는 잘 걸리지 않는다….

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통설이었다. 하지만 아니다. 메르스 통설이 속속 깨지고 있다. 16일 현재 메르스 사망자 19명 가운데 4명은 만성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40대 사망자도 처음 나왔다. 기존의 메르스 공식과는 확연이 다른 흐름이다.

메르스가 생긴지 불과 3년밖에 안된 신생바이러스이긴 하지만 원출생지인 중동의 발병 양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코르스’라고 불릴 상황까지 됐다.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매뉴얼만 바라보고 방역대책을 진행했다가 호된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동발(發) 메르스의 유전적 변이는 없었다지만 한국에서의 감염공식의 돌연변이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최대 0.8명이라던 감염력, 한국선 70명까지 감염시키는 슈퍼전파자=메르스는 전염력이 약한 바이러스로 최대 0,6~0.8명을 감염시킬것이라던 기존의 통념은 최초감염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37여명을 감염시키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더 강력한 슈퍼전파자는 또 나욌다.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을 ‘2차유행’의 진원지로 만든 14번 환자는 70명을 넘게 전파시켜 최초 감염자의 전파력이 가장 강하다는 통념 또한 무색케 만들었다. 16번환자 역시 대전을 평택과 서울 다음의 메르스 확산도시로 만든 슈퍼전파자였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으로 일하던 중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137번 환자와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후 격리되기 전까지 진료를 계속한 것으로 나타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138번 환자, 대전 대청병원에서 파견 근무 중 메르스에 감염된 143번 환자가 새로운 슈퍼전파자 후보로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최대잠복기 14일이라던 통설도 파괴…외국사례 최대 6주라는 연구도=당초 보건당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사례를 근거로 잠복기를 최대 14일로 판단했지만 이미 평택성모병원에서는 최대 잠복기인 2주가 지난 5월31일 이후에도 환자 3명의 증세가 발현했다. 또 지난 10일과 11일 이후 감염 위험에서 벗어났어야 할 환자 2명(146번 환자와 149번 환자) 역시 13일 증상이 발현돼 1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환자 모두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2주가 지나 확진 판정을 받아 ‘메르스 최장 잠복기 14일’이라는 공식은 깨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감염병 전문저널인 ‘임상 감염병리학’(CID)에 메르스 최대 잠복기가 길게는 6주(42일)나 된다는 사례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메르스의 잠복기 2주는 실험으로 확인된 게 아니고, 중동지역 환자들의 임상 양상을 기반으로 WHO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으로, 최대잠복기가 최대 2주라는 것은 메르스 발원지인 중동 현지에서조차 논란이 있다”고 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기저질환? 지병 없어도 사망사례=메르스가 주로 고령에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 위험하다는 인식도 희석됐다. 51번째 환자(72)와 81번째 환자(62)는 기존에 기저질환이 없었는데도 메르스에 걸려 사망한 사례다. 부산의 첫 메르스 확진자로 14일 숨진 81번 환자(62)는 평소 간 기능이 좋지 않았던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2일 사망한 51번 환자(72)도 평소 건강한 편이었지만 확진 후 폐렴이 악화되고 급성신부전증에 다발성 장기부전까지 겹치며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했다.

보건당국은 “두 환자와 관련해 임상 경과나 사망 원인 등에 대해 전문가들이 좀 더 연구한 뒤 어떤 부분이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지금까지 메르스 사망자 16명은 70대가 7명으로 가장 많고 60대 5명, 80대 2명, 50대 2명 등이다. 당국은 이중 14명이 폐암, 천식,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2m 이내 1시간 이상 환자와 접촉해야 감염? 10분 접촉하고 감염=서울아산병원의 청원경찰인 92번(27) 환자는 지난달 26일 응급실을 찾은 6번(71ㆍ사망) 환자를 10분 가량 안내하고선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35)환자로부터 감염된 의사인 35번(38) 환자도 응급실에 40분도 머물지 않았지만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초기에 감염자와 2m 이내 1시간 넘게 접촉한 사람만 감염되는 것으로 보고 대책을 세웠었다.

▶젊은층 괜찮다더니…속출하는 30~40대 감염자=16일 현재 보건당국이 발표한 확진자 150명 중 50세 미만은 40%에 달해 이 역시 기존 공식을 무너뜨린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확산 초기 확진자 다수가 50대 이상 고령층이었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성남에 사는 7세 어린이는 최종 양성으로 판정됐고 고등학생 한 명도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감염이 됐다.

▶4차감염 세계적 사례가 없다? 4차감염자 벌써 5명=4차 감염이 발생했다는 의미는 보건당국이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의미인 동시에 이른바 슈퍼전파자가 없이도 대규모의 감염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지는 양상을 말한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지역사회 감염은 없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공언해왔지만 지난 15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5명 가운데 3명이 3차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전염된 4차 감염자로 확인됐다. 이로써 지금까지 발생한 4차 감염자는 사설 구급차 운전자인 133번째 환자(70)와 구급차 동승자인 145번째 환자(37)를 포함해 모두 5명으로 늘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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