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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황해창]해녀문화와 메르스 사태
지난 주말 해양수산부 기자단 일원으로 제주 팸투어에 동행해 우리 수산업의 현황과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백미(白眉)는 ‘해녀의 재발견’이었다.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해녀박물관은 제주해녀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문화보고 자체였다. 테왁망사리(부표와 망사주머니), 숨비소리(잠수 후 물위로 나와 숨 고르는 소리), 불턱(돌담을 에워싸 불을 지펴 몸을 녹이며 쉬는 곳) 등 낯선 말과 풍물이 숱했지만 정감은 넘쳤다. 또 하나. 서귀포 앞바다 범섬을 마주한 법환동 일대 해변에서는 해녀학교를 비롯해 해녀의 전통성을 잇기 위한 부단한 몸짓이 감동을 보탰다.

사실, 해녀의 삶은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고 할 정도로 고단하다. ‘물질’을 하다 아이를 낳고, 탯줄 떼고 3일 만에 “호오이 호오이” 가쁜 숨 몰아쉬며 물질을 고집한 그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하드웨어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더 값진 것은 공동체를 우선하며 지혜롭게 삶의 철학을 지탱해 온 제주해녀들만의 고품격 소프트웨어와 스토리텔링이다.

우선, 그들에겐 강력한 리더십이 있다. 우수한 채취기술, 풍부한 경험과 지혜, 포용력과 덕성을 갖춘 리더 해녀 ‘대상군’이 이를 주도한다. 안전한 작업과 화합, 마을 전체의 공익이 여기에 달렸다.

배려가 돋보인다. 앞바다의 수심 얕은 곳을 ‘할망바당’으로 정해 힘없고 병든 해녀들의 몫으로 양보한다. 또 젊은 해녀가 ‘그날’에 걸리면 자진 잠수를 포기한다. 냄새를 맡고 상어 떼라도 몰려들면 모두가 피해를 보는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신 당사자에겐 그날 채취한 해산물 중 튼실한 것을 골라 나눠주는 ‘게석’이라는 나눔의 미학을 실천한다. 초보 해녀에게도 마찬가지다. 공동체의 화합과 공존을 위함이다.

공익을 중시한다. 수익의 일부를 학교에도 마을 안길에도 쾌척한다. 바다 한 영역을 정해 그 곳에서 얻은 수익금은 마을일로 땀 흘리는 이장에게 주는 ‘이장바당’, 학교 기부금 조성을 위한 ‘학교바당’도 운영한다.

무엇보다 민주적이다. 문제가 생기면 자유토론을 해 만장일치제를 택한다. 합의가 안 되면 며칠을 두고 토론하고 이마저 부족하면 원로 대상군의 결정에 군말 없이 따른다. 바다밭을 공존의 터전으로 가꾸는 여성생태주의자들이기도 하다. 사회ㆍ가정 경제의 한축을 도맡는 양성평등의 지평도 너끈히 열었다.

지금 온 나라가 메르스 사태로 혼란스럽다. 발생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진정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초동대처 부실이 또 사태를 키웠다. 정부는 허둥대고 다른 한쪽에선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다. 다시 억울하고 힘든 것은 국민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일 순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한 조각의 신뢰까지 내팽개치면 곤란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 ‘해녀 따라하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국정 아젠다도 여기에 녹여져 있다. 지금 리더십 부재, 독불장군 행태, 양심불량 환자, 진료거부 병원, 감염 겁나 성금 한톨 모으려 들지 않는 세태, 모두 해당된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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