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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性소수자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일에는 그 모든 것들이 관여하고 있었다”

동성애 커플의 얘기를 담은 올해 문지문학상 수상작 윤이형의 ‘루카’는 두 사람이 겪는 내면의 고통을 이 한 문장으로 집약해 보여준다. 그간 주변문학에 머물렀던 성소수자의 사랑 얘기가 이제 중심으로 이동한 느낌이다. 소설이 일상의 균열을 깊고 세밀히 들여다봄으로써 어떤 진실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라면, 지금 우리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동성애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소설은 갈등의 양상을 최대한 벌여 놓았다. 둘의 사랑에 목사인 아버지의 시선을 더해 긴장감을 높였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의 윤리 앞에서 루카와 가족들, 그들을 둘러싼 관계들이 겪는 갈등은 폭력적일 수 밖에 없다. 아들의 커밍아웃은 강단에서 설교를 해온 목사인 아버지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소설은 그렇게 어렵게 맺어진 둘의 사랑의 완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둘의 일상의 배려와 감정의 어긋남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이성애와 다르지 않다. 

지난 9일 퀴어문화축제가 개막됐다. 성소수자 단체 최초의 서울광장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 날 개막식에는 유럽연합대표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각국 대사관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으로 들어오는데는 힘든 상황들이 적지 않았다. 기독교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압박했지만 박 시장은 한 발 빼면서 묵인했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갈등으로의 양상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다름과 차이, 차별, 인권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문화예술적 형식으로 담론화될 때 거리에서의 갈등의 폭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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