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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거부권 행사방침 재확인…그래도 살아있는 시나리오 ‘셋’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청와대가 16일, 전날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가 합의해 정부로 이송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한 글자를 고쳤던데 우리 입장이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정국 냉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가 진통 끝에 국회법 개정안 중 정부 시행령에 대해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는 노력을 했음에도 위헌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인 것이다.

현재로선 청와대와 국회간 사활을 건 정쟁 초읽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대통령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어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여전히 3가지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현안과 관련된 발언을 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중재안 관련 거부권 행사 방침은 결정됐냐고 하자, “입장이 달라진 게 없다”며 “거부권 행사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에 대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청와대는 가장 극적이면서도 후폭풍이 거셀 시나리오인 거부권 행사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와 청와대의 전면전을 의미한다. 이게 현실화하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2가지가 가능하다.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고, 본회의 상정이 무산돼 법안 폐기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재의결 절차 보장을 요구한 바 있다. 거부권을 행사할 때 다시 본회의에서 표결을 붙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내심 법안 폐기 수순을 기대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그만큼 재의결은 부담스럽다. 표결로 가게 되면 누군가는 정치인생을 걸 만큼 타격을 받게 된다. 거부권에 따른 재의결에 들어가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앞선 표결에선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어낸 바 있다.

재의결은 공개적으로 리더십의 신임을 되묻는 것과 같다. 재의결에 돌입하면 묘하게도 대통령과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그리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공동 운명체로 묶이게 된다.

재의결을 통과하게 되면 대통령은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재의결 통과 여부의 핵심은 여당 의원의 선택이다. 앞선 투표에선 3분의 2 이상이 찬성했고, 야당 표를 제외하고서도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재의결에 통과했다는 건 청와대의 정면돌파 의지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의원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좌초 위기에 직면한다. 청와대의 의중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다며 유 원내대표 책임론까지 제기한 친박계 의원들 역시 머쓱해질 수밖에 없다.

재의결을 통과하지 못하면 이번엔 협상을 주도한 여야 지도부가 책임론에 휩싸인다. 투표 결과가 바뀌었다는 건, 찬성했던 여당 의원이 반대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의중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 야당 지도부 역시 중재안을 수용해 국회법 개정안을 무산시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파국을 피할 방법으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개정안 수용, 거부권 행사 간에 일종의 ‘중재안’이다. 수용하기도, 거부하기도 곤란한 청와대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란 점에서 주목 받는다.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면 실제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청와대로는 판결 결과를 떠나 우선 충분한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민경욱 대변인은 “다른 대응책(권한쟁의 심판)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한 번 내린 결정은 좀체 번복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상, 가능성이 가장 낮은 건 중재안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화 국회의장이 청와대와 여야를 오가며 중재를 했고, “행정부와 입법부의 불필요한 충돌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를 아예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불씨는 살아 있다.

아울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비상국면에서 박 대통령이 정쟁의 한복판에 뛰어들 경우 여론 악화가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국회의 노력에 청와대가 성의를 보일 때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 합리적으로 좋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큰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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