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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썩지 않는 심장’ 알바 데 토르메스
아빌라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 알바 데 토르메스는 눈에 띄는 곳은 아니다. 토르메스 강을 옆에 끼고 있는 조용한 마을이지만 지리적,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과거 카스티야와 레온 왕국의 경계가 됐던 곳으로 대치 상태가 오래 지속됐다. 이 마을은 두 인물의 만남으로 유명해졌다. 알바 공작과 데레사의 만남이다. 15세기 카를로스 5세와 필리페 2세 시대의 장군 출신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은 알바 공작은 데레사 수녀의 후원자로 나선다. 이곳에 8번째 가르멜 수녀원이 들어선 것도 그의 후원 덕이다.

*사진은 알바 데 토르메스 데레사 기념박물관에 모형으로 전시된 데레사의 죽음

둘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11년후 데레사 수녀가 부르고스에 마지막 가르멜 수녀원을 만든 후 고향 아빌라로 가는 도중 이곳에 잠시 묵게 된다. 당나귀를 타고 이곳 저곳을 돌며 수도원 건립을 추진하느라 몸이 워낙 허약해진 데레사는 끝내 고향 아빌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 곳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게 된다. 당시 데레사의 고향인 아빌라는 유해를 모시려 했으나 알바 공작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몇년 후 데레사의 무덤가에 신비로운 꽃향기가 맴돌면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게 되자 살라망카대 교수들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 데레사의 무덤을 판 결과, 성녀의 유해가 썩지 않고 온전한 상태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이후 순례자들을 위해 성녀의 심장과 오른팔을 떼어내 성당에 지금까지 현시해 놓고 있다. 왼손가락은 아빌라 그의 생가박물관에 슬리퍼와 함께 전시돼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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