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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예선 기자의 Car톡!]‘곤충像’ 프리우스는 왜 못생겼을까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곤충상(像)’ 혹은 ‘메뚜기상’.

일본 도요타자동차 하이브리드차량 ‘프리우스’에 붙는 꼬리표입니다. 앞으로 ‘톡’ 튀어나온 전면, 급격히 깎아지르며 ‘툭’ 떨어지는 뒷면, 뭔가 특이하긴 합니다.

프리우스란 라틴어로 ‘앞서 가는’이란 뜻입니다. 다자인도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일까요?

도요타 프리우스V

프리우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립니다. ‘선도적’이라는 찬사와 ‘못생겼다’는 혹평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리우스는 블룸버그 비즈니스가 뽑은 ‘지난 50년간 가장 못생긴 차량’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프리우스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요.

프리우스의 탄생 비화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프리우스 개발을 이끈 우치야마다 다케시 현(現) 부회장(당시 수석 엔지니어)은 “1993년 봄 도요다 에이지 명예회장으로부터 21세기 자동차를 개발하라”는 특명을 받았습니다. 

22년전 도요타 연구진에게 ‘21세기 자동차’는 무엇보다 자원문제와 친환경성이 먼저 고려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 고유의 달리는 즐거움과 쾌적함, 편리함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공통분모가 자리했습니다. 

마침내 1994년 ‘하이브리드 시스템’안이 부상했고, ‘연비 두배 향상’이 궁극의 목표가 됩니다.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 '노조미(아래)'를 닯은 도요타 프리우스V(위).

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파워트레인도 중요하지만 차체 디자인도 큰 영향을 줍니다. 프리우스의 ‘에어로 다이내믹(공력성능)’ 디자인이 출현하게 된 계기입니다. 

에어로 다이내믹은 공기와 바람의 흐름을 가장 부드럽게 차면을 스칠수 있게 한 도요타만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입니다.

프리우스를 앞에서 보면 일본의 고속열차 ‘신칸센’을 연상시킵니다. 차체가 바닥에 닿을 만큼 낮고, 앞쪽이 삼각형으로 뭉툭하게 돌출돼 공기저항을 최소화했습니다.

또 전면부 그릴은 앞범퍼 하단까지 뚫고 나갈 듯한 '사다리꼴'을 띱니다. 바람이 원활하게 흐르게 하기 위해 상부 그릴은 작게, 하부그릴은 크게 설계한 영향입니다.

완만하게 뒤로 뻗은 프론트 필러(앞좌석 첫번째 차창 기둥)는 측면에서 보면 프리우스 고유의 ‘트라이앵글 실루엣(삼각형 형상)’을 만들어냅니다. 

프리우스의 공기역학적 구조. 측면이 '트라이앵글 실루엣(삼각형 형상)'으로 공기저항을 최소화했다.

트라이앵글 실루엣은 맨위 꼭지점인 지붕 꼭대기를 약간 뒤쪽으로 이동시켜 낮은 차량 높이를 유지하고 앞뒤좌석 머리공간을 확보해 줍니다. 나아가 전면에서 후면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차체라인을 완성해 바람이 부드럽게 빠져나가게 하죠.

뒷모습은 앞부분과 달리 각진 느낌이 두드러집니다. 이유는 바람이 후면에 도달할 때 속도가 붙어 차량이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차량이 뜨면 제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형 리어 스포일러(뒷부분 공기를 밑으로 눌러주는 부착물)를 장착했습니다.

또 ‘에어로 코너’라는 각진 모서리를 둬 측면의 공기를 안쪽으로 밀어줘 차체를 눌러주는 역할을 하게 했죠. 이 모든 것이 공기역학으로 연비를 높이려는 노력입니다. 

프리우스 뒷모습

프리우스는 도요타 역사상 가장 많은 풍동시험(공기저항ㆍ양력ㆍ횡풍 테스트)를 받은 차량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리우스의 공기저항계수는 0.25Cd로 당시 양산 승용차(0.35Cd 내외)에 비하면 획기적인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를 개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1000건 이상, 미국에서만 292개의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죠. 

이렇게 탄생한 프리우스는 1997년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양산 승용차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5년 4월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512만3702대(프리우스 라인업 전체)로 전세계 하이브리드차량 1위입니다.

프리우스의 공인연비는 21km/ℓ(3세대 기준). 당초 목표치인 ‘연비 두배’는 여유롭게 통과했습니다.

제가 직접 프리우스 패밀리 4대를 몰고 서울-부산 502km를 달려봤습니다.

연비주행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일상 주행 속도로 달렸습니다. 평균연비는 20.93km/ℓ가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 ▷프리우스(23.2km/ℓ) ▷프리우스V(왜건형ㆍ22.2km/ℓ) ▷프리우스PHV(플러그인하이브리드ㆍ17.5km/ℓ) ▷프리우스C(소형 국내 미출시ㆍ20.8km/ℓ)가 그것입니다. 

기자가 탄 프리우스 라인업.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프리우스C, 프리우스V, 프리우스PHV, 프리우스.

그렇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연료비는 얼마나 들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3만3160원(6월15일 전국 평균유가 1579원 기준)이 나왔습니다. 과연 '연비 끝판왕'이라고 할만 했습니다.

동승자까지 2명 탔는데 서울-부산 KTX요금 5만8800원(1인)보다 2만원 이상 싸게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가득 채웠던 연료는 부산에 도착하자 딱 절반가량 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프리우스(연료탱크 45ℓ), 프리우스V(45ℓ), 프리우스PHV(43ℓ), 프리우스C(36ℓ)의 평균을 내니 21ℓ의 휘발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린 셈이더군요.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계의 대부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못생긴 프리우스가 잘 나가는 이유는 성능”이라고 말한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cheon@heraldcorp.com

☞하이브리드차량(Hybrid Vehicle)?
하이브리드는 사전적 의미로 ‘잡종’ 또는 ‘이종(異種)간의 혼성’이라는 뜻입니다. 자동차 용어로 쓰일 때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차량을 말합니다. 도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시속 40km/h까지는 전기모터로 가고, 그 이상의 속도를 낼 때는 가솔린 엔진으로 전환됩니다.
도요타 프리우스는 ‘재생 브레이킹’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자동으로 충전합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정체된 도심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거나, 고속도로 가속구간에서 탄력이 붙어 액셀레이터에서 발을 뗄 경우, 제동이나 감속시 손실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켜 배터리를 충전해 다시 전기모터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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