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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김도훈]글로벌 경쟁의 현장에서
책상머리에서 우리 산업의 글로벌화, 글로벌 밸류체인 활용, 글로벌 FTA망 활용 등의 유식한(?) 표현들을 많이 사용해 왔다. 이제 이런 표현을 쓸 때 더욱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현장을 방문하였기 때문이다.

이 달 초 산업연구원 직원들이 부산으로 연찬회를 가는 길에 르노삼성 자동차 부산공장을 들렀다. 그곳은 그야말로 매달 매분기마다 벌어지는 글로벌 경쟁의 살벌한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르노삼성 자동차는 한국 자동차회사라고 하기는 어딘지 어색한 존재다.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ㆍ기아자동차와 세계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르노닛산 그룹이 투자한 이른바 외국계 자동차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문하기 전에는 모든 결정이 외국인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회사로 알았다.

그러나 이 회사를 지휘하는 프랑스인 프로보 사장이 지향하고 있듯이 르노삼성은 한국적 여건 속에서 살아남기를 원하는 자동차 공장이었다. 이곳 임원들은 르노닛산의 전 세계 44개 공장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 경쟁 속에서 카를로스 곤 회장의 생산 배분 점지를 받을 수 있게끔 경쟁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생산감소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금년 들어 닛산 브랜드 SUV 차량인 ‘로그’의 생산을 대량으로 배분받아 이를 전량 미국으로 수출하는 길이 트이면서 르노삼성은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요즘같이 우리나라 수출이 부진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놀랍게도 생산한 차량의 70%를 수출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담당 임원은 이를 통해 인근 부품회사들의 매출도 크게 올라갔다고 첨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지금의 실적이 영원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임금 수준이 몇 배나 낮은 인도, 터키, 중국 등의 공장들과 생산성이 뛰어난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의 공장들과 경쟁하여 적어도 코스트 대비 생산성이 상위권에 들어야 생산 배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언제나 노출되어 살아가는 셈이다. 임원들과 근로자들 사이에 저절로 무언의 공통 목표의식이 조성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외국계 자동차 회사의 업적을 광고하는 듯이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우리 산업의 다른 공장들도 바야흐로 르노삼성 부산공장과 마찬가지 수준의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자동차가 국내 공장에서의 생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과연 카를로스 곤 회장의 글로벌 경쟁력 비교와 같은 수준의 평가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미 현대차의 울산 공장이나 기아차의 화성 공장 등이, 이들 회사들이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다른 공장들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ㆍ기아자동차의 국내생산은 강한 노동조합의 압력, 정부의 지원 및 설득 등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언제까지 이런 식의 결정이 가능할지, 그리고 이런 식의 결정이 궁극적으로는 현대ㆍ기아 자동차의 경쟁력을 갉아먹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

현대ㆍ기아자동차가 계속 해외생산 능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면 국내 공장에서 일하는 임원, 근로자 모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분발이 절실해지고 있다.

최근 르노삼성의 실적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는 한국GM이 계속 GM의 생산 배분을 다른 나라 GM 공장에 빼앗기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도 미루어 짐작이 간다. 이렇듯 무서운 글로벌 경쟁은 모든 기업들의 노사가 힘을 합쳐 이겨내야 할 지상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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