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삼성 엘리엇 이번주 법리대결 돌입한다
[헤럴드경제=윤재섭ㆍ권도경 기자]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법리대결에 들어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기를 든 엘리엇은 지난주 가처분소송을 두차례 제기하면서 법리전의 포문을 열었다. 주특기인 소송카드를 내세워 기업을 압박하는 엘리엇의 공격과 합병을 성사시켜야하는 삼성의 방어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주총 결의금지와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소송에 대한 심문이 19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은 19일 오전 11시 1차 심문을 진행한 뒤 엘리엇의 신청을 인용할지 여부를 검토한다. 재판부는 여러 변수가 많고 복잡한 사안인만큼 2차 심문 여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심문이 끝난 후 2주 후 결과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결정시점은 다음달 초순 혹은 중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삼성 저격수’로 유명한 중견로펌 넥서스를, 삼성물산은 국내최대로펌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이번 법리전의 핵심쟁점은 합병비율이다. 엘리엇이 양사합병에 반발한 단초가 바로 합병비율의 적정성과 산정시기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다. 제일모직 주식 1주 가치가 삼성물산 주식 3주와 맞먹는다는 뜻이다. 계열사간 합병가액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 5에 따라 ▷최근 1개월 평균종가 ▷최근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를 평균한 값에 10%를 할인 또는 할증한 액수로 산정된다. 합병가액에 따라 양사 비율은 1대 0.35로 정해졌다.

하지만 엘리엇은 삼성물산 합병가액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입장이다. 자산총액으로 따져봐도 삼성물산(29조 5058억원)은 제일모직(9조 5114억원)의 3배 규모란 이유에서다. 삼성물산 가치가 가장 낮게 평가될 수 있는 시점에 합병을 발표해 가치산정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삼성물산 측에 제일모직과의 합병비율을 5배 가량 올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합병비율은 1대 1.6이 된다. 엘리엇은 이같은 합병비율을 주총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서에도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주요 건설업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모두 1배 미만일 정도로 업황이 안좋았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가만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내 가치투자의 대부로 꼽히는 한 펀드매니저도 “엘리엇이 합병 비율의 기준으로 삼자고 한 순자산이 회사가치를 반드시 반영하지는 않아 모순이 있다”면서 “회사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는 다양하고 , 성장성 등 미래가치가 더 크게 반영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라 시장가격(주가)을 중시하고 주가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가가 진정한 회사가치를 반영한다는 것. 금융당국이 자산가치 대신 시장가치를 합병비율로 삼은 것은 참여정부 때로 알려졌다. 평가기관마다 들쭉날쭉한 자산가치 대신 주가를 기준으로 회사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옳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다.

일단 국내 상법상에서도 삼성의 계산에는 별다른 하자가 없다. 법조계도 국내 상법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이 문제가 없는만큼 엘리엇의 주장이 기각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외국으로 가져간다면 상황은 달라질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합병비율 기준을 자산가치로 따지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엘리엇이 외국서 소송을 낸 사례를 고려하면, 엘리엇이 이 문제를 해외로 가져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 k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