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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중견기업, 한국경제 허리역할 제대로 하라”
지난 10일 중소기업청은 중장기 중견기업 정책방향을 담은 ‘제1차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중견기업의 양적 확대와 질적성장을 위해 ▷법령 정비를 통한 중견기업 성장부담 완화 ▷중견기업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견 후보기업군 집중지원 ▷중견기업의 글로벌 전문기업 추진이 요지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사다리를 놓아준다는 의미에서 보면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그러나 재원의 한계를 감안할 때 중견기업 육성책으로 인해 자칫 정책지원에서 배제될 중소기업이 다수 발생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공공조달시장이다. 지난 1월 중소기업청은 19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26개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해 조달시장에 참여한 사례를 적발했다. 일부 중견기업들은 정부사업에 의존해 성장했음에도 중소기업 지원혜택을 계속 누리려 편법을 동원해 조달시장에 참여한 것이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시장은 중소기업 판로확대에 도움을 주고, 이를 발판으로 중소기업이 중견으로 성장토록 한다는 취지로 중견기업과 대기업 입찰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서도 여전히 중소기업 영역을 넘보며 사업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의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아쉬운 것은 기업규모는 커졌지만 정부지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장하려고 하지 않는, 피터팬증후군 중견기업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고 겉으로는 자랑하면서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시행되는 지원정책은 계속 받아야겠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대기업으로의 성장사다리라는 게 그 이유다.

지난해 중소기업청과 중견기업연합회가 실시한 조사결과 아직도 100여개 이상의 중견기업들이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중소기업으로 다시 돌아갈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시절보다 늘어난 세금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판로나 금융지원, 기술개발과 같은 부분에서도 스스로 성장해 가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중견기업계는 또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때문에 공공조달시장에서 자신들의 설자리가 없다며 ‘중소기업간 경쟁제도’의 축소까지 주장한다. 지난해 국회와 정부는 중견기업특별법을 만들어줬다. 중견기업들이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육성하겠다는 게 법제정 취지다. 그러나 현실은 중견기업이 돼서도 조달시장에 의존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견기업들이 덩치에 걸맞지 않게 중소기업 지원시책을 그리워하며 해외시장 진출을 미루고 대기업과 경쟁을 피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중견기업특별법의 시한인 10년 안에 법제정 취지를 달성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업계 1위인 기업들조차 조달시장에서 벗어나기를 거부한다면 도대체 어느 기업이 글로벌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는 중소기업에 가장 어려운 판로를 열어주는 제도다. 신규 진입을 시도하는 창업기업 입장에서는 덩치 큰 중견기업들이 조달시장에 득시글거린다면 거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만약 중견기업들이 중소기업간 경쟁품목의 졸업제까지 주장한다면, 이는 해당 시장에서 자신들의 독과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규모가 한정된 정부조달시장은 졸업자가 계속 나와야 새로운 기업에 기회가 돌아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중견기업특별법에는 기업가정신의 발휘와 지속적인 혁신,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과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견기업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이번 성장촉진 기본계획을 계기로 정부지원이라는 달콤한 유혹보다는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한국경제의 든든한 허리로서 희망이 돼 주기를 촉구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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