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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가 불러온 3가지 사회공포…광장ㆍ백색ㆍ접촉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이번 주말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메르스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인 동시에 사회적 공포증을 유발시키는 심리적 병인(病因)이 돼 가고 있다.

메르스 발생이 한달이 다 돼가면서 대중의 운집장소, 특정 색깔, 가벼운 신체접촉 등 몇몇 일상적 요인에 공황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주부 임모(38) 씨는 지난주부터 2주째 가까운 슈퍼마켓이나 놀이터 외에는 외출을 금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영화관을 떠올리면 오싹해진다. 아이는 물론 자신도 언제 어떤 사람에게 감염될지 모른다는 염려에 불안감이 몰아치고 메르스가 사라진 뒤에도 다시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한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임씨는 “남편은 내가 필요 이상으로 과민해졌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가서 메르스 환자를 만날지도 모르는데 나를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주부 이모(36)씨도 “어린이집에 안 간 아이와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다가 어제 오랜만에 식당에 가봤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한게 무서워서 공황장애가 이런 느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메르스로 인한 공공장소 기피증에 더해 사람 많은 곳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광장공포증(agoraphobia)이 확산되고 있다.

광장공포증이란 극장, 시장 등 같은 공간에서 군중 속에 있는 것이나 집 밖에 홀로 있는 것에 대해 극심한 심적 충격을 받는 것을 가리킨다. 넓게 개방된 공간뿐 아니라 버스, 지하철 등과 같은 대중교통수단 안에서도 나타난다.

대부분의 메르스 감염이 병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흰색에 대한 백색공포증(whitephobia)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병원 건물과 의사 가운이 하얗기 때문에 백색만 보면 비이상적 두려움을 갖게되는 현상이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착용하고 다니는 마스크나 위압감을 줄 수 있는 메르스 방호복도 흰색이 대부분이란 사실도 백색 공포를 더해주고 있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26) 군은 “메르스 때문에 병원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흰색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병원 사람들을 보면 영화의 한 장면 같아 무서운 느낌이 들고 거리를 봐도 사람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돌아다녀서 온통 환자들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접촉공포증(haphephobia)에 떠는 사람들도 있다. 접촉공포증이란 경미한 신체적 접촉에도 혐오증세를 동반한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메르스가 악수 등 가벼운 신체접촉을 통해서도 전이될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군가 자신의 몸을 건드리는 것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사람들이 메르스 여파로 모이는 곳을 피하게 되고 사람들과 관계가 단절되면서 산업적으로도 위축되고 있다”며 “사회 구성원들이 혼자 집안에 콕 박히는 것으로 되다보면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서로 믿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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